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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체포안 부결 비난 달게 받겠다” <br/>문재인 “우리 당 일부 가세, 할 말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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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소보다 5분 늦게 시작한 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참석자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자리에 앉았다. 김무성 대표는 “전날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으로써 국민의 비난이 비등하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그 비난은 달게 받겠다”는 두 문장만 말하곤 마이크를 넘겼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송 의원은 더욱 성실하게 검찰 수사에 응하면서 사건의 실체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구조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측면이라는 게 뭔가.
“송 의원 본인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하는데도 (체포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안 된다고 한다. 이걸 해결하려면 헌법을 바꿔야 한다. 불구속 기소해서 재판을 받게 하면 될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러면 일반 국민과 형평성이 안 맞는다.”

-법 개정 하는가.
“검토해 보라고 했다. 그런데 현재로선 헌법 바꾸기 전엔 안 된다는 거다. 이번의 경우 체포동의안 가결해줘야 하는데, 그걸 강제할 수는 없다. 내가 당론투표 없다고 했다. 당론으로 입장을 정한다고 할 수도 없다.”

-가결될 거라 생각했나.
“…. 걱정만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곧장 김 대표를 비난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김 대표가 ‘방탄국회는 없고 법과 원칙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그 원칙은 결국 제 식구만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투표였다면 더 암담하다. 당에서 지시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방탄국회를 만들었다는 뜻 아니냐”고도 했다.

전날 표결에서 최소 소속의원 14명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 현장을 찾은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저희(새정치연합)는 이탈이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선 자성론도 나왔다. 문재인 의원은 트위터에 “체포동의안 부결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당에서도 일부 부결에 가세한 것으로 보이니 할 말이 없다”고 썼다. 자성론이 나온 건 지난달 임시국회를 소집해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받은 것과 무관치 않다.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19일 자정 직전에 소속 의원들(김재윤·신계륜·신학용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냈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을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세월호특별법은 아직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은 “의원이 도주하거나 불출석하는 예외적인 경우 체포동의안을 (영장 발부 전에)심의할 수 있지만, 스스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다면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보령-서천)도 “피의자의 법적 권리를 위해 1997년 도입한 영장실질심사 제도는 국회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에 응하려고 해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지 않으면 법정에 나갈 수 없도록 규정했다”며 “국회의원이 자진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호·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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