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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vs 에르메스 … 4년 ‘핸드백 전쟁’ 마침표

중앙일보

입력

포성은 멈췄다. 세계적인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에르메스가 4년 동안 벌인 '핸드백 전쟁'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지분 매입을 놓고 다퉈왔던 프랑스의 LVMH와 에르메스는 3일(현지시간) 성명서를 발표하고 양사의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 상사법원의 중재로 타결된 합의안에 따르면 LVMH는 현재 보유한 84억 달러 상당의 에르메스 지분 23.2%를 자사 주주와 기관투자자에게 배분하게 된다. 양측이 합의한 내용이 올 12월20일까지 이행되면,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에르메스 지분은 약 8.5%로 줄어든다. 또한 LVMH의 지주회사인 크리스찬 디오르와 아르노 그룹은 앞으로 5년간 에르메스의 지분을 취득하지 않기로 했다. 에르메스가 아르노 LVMH 회장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아르노 회장은 ‘명품업계의 카사노바’로 불린다. 탐나는 명품 브랜드는 놓치지 않고 사들이기 때문이다. 루이비통ㆍ펜디ㆍ마크 제이콥스ㆍ도나 카렌ㆍ지방시ㆍ겔랑ㆍ셀린느ㆍ모엣 샹동ㆍ태그 호이어 등 세계 굴지의 명품 업체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그런 아르노가 에르메스를 탐내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2010년 7월, 아르노가 야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LVMH가 에르메스 지분 17.1%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2001~2002년 이미 비밀리에 에르메스 지분 4.9%를 매입한 뒤 주식스와프 등 복합상품 거래 등을 통해 지분을 늘려왔다.

에르메스는 경악했다. 에르메스 창업자인 티에리 에르메스의 5대 손으로 1978~2006년 회장을 지낸 장 루이 뒤마가 세상을 뜬 지 5개월 만에 들려온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당시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였던 패트릭 토마는 LVMH를 일컬어 “우리 정원에 난입한 침입자”라고 비난했다.

갈등은 격화됐다. 주식 매입을 중단해달라는 에르메스의 요구에도 LVMH는 주식을 사들여 23.2%까지 지분을 늘려 갔다. 위기감을 느낀 에르메스는 2012년 7월 LVMH를 고발한다. 경영권을 노리고 내부자 거래로 에르메스의 주식을 몰래 취득했고, 주가조작을 감행했다는 이유에서다. LVMH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에르메스 지분 인수가 우호적이며 장기적인 투자라고 강조하며 에르메스의 비난과 제소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며 맞고소하기에 이른다.

위기감을 느낀 에르메스 가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1년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한 가족 지주회사 H51을 설립했다. 에르메스 지분의 50.1% 가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6대손 중 한 명인 줄리 게를랑이 대표를 맡고 있다.

LVMH로부터 가업을 지키기 위해 창업주의 6대손 40명 중 10명이 회사에 합류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던 일전을 승리로 이끈 악셀 뒤마(43) 에르메스 CEO도 그 중 한 명이다. 지난 2월 CEO에 취임한 뒤마는 8년여 전문경영인 체제를 접고 오너 경영으로 복귀한 에르메스가 선택한 가문의 선봉장이다. 14살 때 에르메스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뒤마는 프랑스 파리정치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파리바 은행의 베이징과 뉴욕 지사에서 근무했다. 93년 에르메스에 합류한 뒤 에르메스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역임했다.

정전 협정에 서명한 양측은 크게 손해 본 것이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를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LVMH는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다. 2010년 10월 주당 평균 106유로에 사들였던 에르메스 주가가 합의안을 발표한 3일(현지시간) 253유로까지 올라 24억 유로의 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에르메스 입장에서도 경영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유통 주식 수가 기존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나면서 그동안 저평가됐던 주가에 탄력일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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