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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8만 구성원은 내 존재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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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석을 앞두고 SK그룹 임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했다. 편지는 최 회장을 면회한 임원에게 전달돼 사내 인트라넷 '톡톡'에 올려졌다.

최 회장이 직원들에게 쓴 편지는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이 붙었다. 최 회장의 편지엔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이 여러차례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을 통해 전달받는 SK의 경영상황과 경제상황에 대한 소회도 적었다. 그는 "언론 등을 통해 나라의 경제상황이나 그룹의 경영환경에 대한 얘기를 접하고 나면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최 회장은 "SK그룹 구성원들이 악전고투하고 계시는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더해간다"며 "이럴 때일수록 패기를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애착을 갖고 있는 그룹 경영체제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대한 언급도 남겼다. 그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각사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우리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전진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 '전화위복'으로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회장이 쓴 편지의 전문.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최태원 회장이 올린 편지 전문]

8만 SK구성원은 제게 큰 힘이고 존재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간 몇번이고 소식을 전하려 했지만 구성원께 심려를 끼쳤다는 미안함 때문에 펜 드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지나간 일은 제가 책임을 안고 가야하는 문제이고, 묵묵히 맡은 바 일에 전명하고 있는 구성원께 고마운 마음을 가슴에 담아두는 것도 온당치 않다고 생각돼 이렇게 안부를 전합니다.

지금 주어진 상황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특히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애쓰고 있는 여러분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마음과 몸의 고통을 이겨내려고 노력중입니다.

하지만 언론 등을 통해 나라의 경제상황이나 그룹의 경영환경에 대한 얘기를 접하고 나면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경영환경이 좋지 못해 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들이 상반기에 우려할만한 실적을 기록했고 이에 구성원들이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들었습니다. 안타깝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더해집니다. 제게 힘이 되준 여러분께 이런 마음을 전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입니다.

우리의 지난 역사는 수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해 온 시간들을 통해 이뤄졌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는 IMF 글로벌사태, 세계 금융위기 등 참으로 많은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훌륭히 이겨내 왔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어려움이 과거와 또 다른 형태라고 해서 우리가 이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위기도 그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용기를 가져야만 하고 용기를 가지지 못할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는 흔히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의기소침해지거나 남의 탓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세는 문제르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를 두려워 하지 말고 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니면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과거의 SK가 지금의 SK에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패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각 사 CEO를 중심으로 한마음 한뜻이 되어 전진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어 전화위복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여러분과 우리의 터전을 가꾸고 행복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먼곳에 있습니다만 미력이나마 여러분을 응원하고 함께 고민해 나가겠습니다.

환절기 건강 조심하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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