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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쿠라이나 휴전 논의, 실효성 논란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 논의를 놓고 그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거듭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깨 온 탓이다.

3일 푸틴 대통령은 몽골 방문 중에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이) 군사작전을 끝내야 한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평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한 교전 및 공습 중단, 인질 교환, 피해 복구, 정전 감시단 파견 등 7개 조건도 제시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가 “(푸틴의) 연극적 재능은 실패한 적이 없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반응은 차갑다. NYT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는 발표였을 뿐 아니라 시점도 의심을 살 만하다고 보도했다.

에스토니아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예전에도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적이 많아 판단하기 이르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지난 6월 페트로 포르셴코 대통령이 휴전을 선언하고 친러시아 반군이 휴전에 동참했지만 열흘 만에 깨졌었다. 이 기간 중 러시아가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와 병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의 평화계획 발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영구 휴전 합의” 발표를 반박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러시아는 “분쟁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휴전에 합의할 수 없다”고 합의 사실을 부인했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평화 정착을 촉진하기 위한 행보에 대한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고 발표를 수정해야 했다. NYT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이에 모순되게 평화 계획을 발표한 것 자체가 의도를 가진 행보라고 봤다. “키예프에 협상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으면서 결론은 모스크바에 달렸다는 걸 주지시키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에스토니아에서 연설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던 발표 시점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4~5일 영국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도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대응군 창설을 포함한 동맹 강화가 논의될 예정이다. 공고해지는 러시아에 대한 견제를 물타기 하는 용도로 푸틴 대통령이 평화계획을 이용했다는 얘기다. NYT는 “크레믈린의 장기적 목표는 우크라이나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토 가입을 막는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의 반응은 엇갈린다. 피로감에 빠진 국민들은 “이런 식의 협상만으로도 진전이다”라고 보지만 의심을 거두지 않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국제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시도”라며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리고 옛 소련을 부활시키려는 게 그의 진짜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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