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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아서 국내산으로'…군부대 식당 삼겹살 교묘한 '변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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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상사님 아들 친구입니다.”

지난 여름 한 군부대 면회소에서 김모씨가 면회 신청을 했다. 신청서 신원란에는 영내에 거주하는 군인가족의 친구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김씨의 실제 신분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단속요원(특별사법경찰관). 그는 이 군부대 내 회관, 즉 유료식당에서 삽겹살의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은밀하게 현장 조사를 나온 길이었다.

김씨는 군부대에 들어서자마자 애초 목적대로 회관으로 향해 삽겹살을 주문했다. 메뉴판에는 버젓이 ‘국내산’이라고 표기돼 있었지만 접시에 담겨 나온 삼겹살은 국내산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김씨는 삼겹살 공급업체 주소를 확인한 뒤 새벽에 급습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뜻밖의 광경이었다. 한 남성이 비닐로 포장된 삼겹살 더미 위에 골판지를 올려놓고 힘껏 밟고 있었다. 확인 결과 해당 삼겹살은 역시 수입산이었다. 김씨는 이 남성을 추궁한 결과 삼겹살을 밟고 있었던 이유도 곧 알 수 있었다. 수입산 삼겹살은 국내산보다 길이가 짧다. 해외에서는 삼겹살이 선호 부위가 아니기 때문에 등심 부위를 크게 만들기 위해 삼겹살 부위를 좁게 절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이 남성은 짧은 수입 삼겹살을 국내산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발로 밟아 늘리던 중이었다. 김씨는 이 남성과 관련자들을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은 2010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8개 군부대에 수입산 삼겹살 46t(6억2000만원 상당)을 납품해 1억40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5명을 기소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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