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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뜻대로 … 내각에 갇힌 '라이벌' 이시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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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베 ‘2기 내각’에 임명된 5명의 여성 장관이 3일 총리 공관에서 열린 첫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 아리무라 하루코 저출산담당상, 마쓰시마 미도리 법무상, 야마타니 에리코 납치담당상, 오부치 유코 경제산업상. [도쿄 AP=뉴시스]

이번 개각의 하이라이트는 집권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의 입각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입장에선 ‘차기 0순위’로 불렸던 경쟁자를 ‘아베 내각’이란 우리 속에 가둬두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일본 정치에선 특정 내각의 일원이 되면 공동운명체가 된다. 내년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 때까지 아베가 이시바를 경질하지 않는 한 이시바의 총재 선거 출마는 사실상 힘들어진다. 출마해도 아베에 대립각을 세울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아베로선 일단 장기집권의 최대 장애물을 제거한 셈이다.

 아베의 노림수를 읽은 이시바는 당초 아베가 최초 제시했던 ‘안보법제담당상’ 자리를 거부했었다. 대신 돈과 조직을 쥐고 있는 간사장 유임을 원했다. 최악의 경우 ‘백의종군’할 의사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수 읽기’에서 이시바는 아베에 완패했다. 지난달 25일 라디오에 출연해 “(안보법제담당상은) 총리와 100% 생각이 일치하는 인물이 하는 게 좋다”고 말한 게 자승자박이 됐다. “인사권자에 대한 항명이다” “그렇다면 다른 장관 자리는 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 등 당 내외 거센 비판이 일었다. 아베에 바짝 밀착해 있는 요미우리(讀賣)·산케이(産經) 신문이 ‘이시바 목 조르기’의 선봉에 섰다. 결국 이시바는 아베가 새롭게 제시한 ‘지방창생(地方創生)담당상’이란 자리를 거부할 수 없게 됐다. 정치권에선 “애초부터 이시바가 어떻게 나올지를 뻔히 알고 함정을 파 놓은 아베의 고도의 권모술수”란 분석도 나온다.

 아베가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고 한국·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오부치 유코(小淵優子·40·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 차녀)를 당초 거론된 간사장이 아닌 각료로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베는 이번 이시바·오부치 봉쇄 성공으로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하는 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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