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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분석원에 모인 고액 거래 자료 … 국세청·관세청, 8개월간 91만건 가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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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는 10명의 국세청 파견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국세청에 소속된 채 FIU에서 일하는 직원도 5명이 더 있다. 지난해 7명이던 국세청 관련 직원 수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FIU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통상 외부 파견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FIU는 인기가 좋아 국세청에서 엄선된 직원들만 보낸다”고 전했다. 세무당국이 FIU 정보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금은 잘 안 걷히는데 쓸 곳은 많다. 그렇다고 세무조사를 늘리자니 반발도 크고, 기업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FIU 정보가 세무당국에는 세수확대와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목표를 이룰 ‘돌파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비단 우리만의 일도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재정부담이 커지면서 금융거래에 대한 감시 강화는 전 세계적 추세가 됐다.

  FIU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관련 법 개정 이후 올 상반기까지 국세청과 관세청이 받아간 고액 현금거래(CTR) 자료 건수는 모두 91만5134건에 달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CTR은 과거에는 FIU의 분석자료에 일부 첨부된 형태로만 볼 수 있었다”면서 “자료의 양과 질이 달라지면서 실제 탈세조사나 체납징수에서도 성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당국으로 가는 의심거래(STR) 정보도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국세청과 관세청의 요청으로 FIU가 정보를 제공한 건수는 1만1192건이었다. 이미 지난해(4399건) 전체 제공 건수를 두 배 이상 넘어선 것이다.

  개정 법은 CTR 자료를 세무·수사당국에 넘겨줄 경우 FIU가 거래 당사자에게 ▶정보의 주요 내용 ▶사용 목적 등을 알려주도록 돼 있다. 무차별 정보제공으로 지나친 사생활 침해가 생기는 걸 막자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8월 말 현재 기준으로 이를 통보받은 사람은 대상자 5만3157명 중 197명뿐이다. 당국이 요청할 경우 최장 1년까지 통보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11월 이후 ‘대량 통보’가 시작되는 구조라 일각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별 잘못이 없더라도 자신의 거래 기록을 당국이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꺼림칙해할 수밖에 없다”면서 “자칫 은행 이용자들을 불안하게 해 금융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근 기자

◆금융정보분석원(Financial Intelligence Unit)=금융위원회 소속으로 범죄자금의 세탁과 외화의 불법 유출을 막기 위해 2001년 설립됐다. 은행은 물론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우체국, 카지노 등에서 ‘고액 현금거래보고’(Currency Transaction Report), ‘의심거래보고’(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등 금융정보를 받아 분석한다. 금융사가 STR 보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분석된 자료는 검찰·경찰·국세청·관세청·금융위·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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