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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언덕' 주연 일본 배우 카세 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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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동안 주체적인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홍상수 감독이 최신작 ‘자유의 언덕’(4일 개봉)에선 남성, 그것도 귀엽고 해맑은 일본 청년 모리(카세 료·사진)를 주인공으로 삼아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법을 보여준다. 과거 자신의 청혼을 거절했던 여성 권(서영화)을 찾아 한국에 온 모리는 마침 집에 없는 권에게 틈틈이 편지를 쓰며 게스트 하우스 주인 구옥(윤여정), 주변 카페 주인 영선(문소리) 등과 친분을 쌓는다. 나중에 한꺼번에 권에게 전달된 편지들은 뜻하지 않게 순서가 뒤섞이고, 편지가 쓰인 순서가 아니라 권이 이를 읽는 순서에 따라 모리가 한국에서 보낸 나날이 펼쳐진다. 모리를 연기한 일본의 청춘 스타이자 연기파 배우 카세 료(40)와 서면으로 만났다.

 -진작부터 홍상수 감독의 팬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는데, 어떤 점에 매료됐나.

 “기본적으로 그의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아웃사이더처럼 보인다. 그런 부분에 공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웃음). 그의 영화는 (기성 이미지가 아니라) 실재하는 세계 그 자체를 보려 하는 것 같다.”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무슨 얘기를 나눴나.

 “잡지 대담에서 처음 만났다. 감독님이 ‘다른 나라에서’(2012) 홍보차 일본에 오셨을 때였다. 그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 눴는데, 함께 일해보자고 하셨다. 루이스 부뉴엘의 책 얘기를 나눈 기억도 난다.”

 -극중 모리는 시간에 관한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데.

 “그 책(요시다 켄이치의 『시간』)은 내가 실제로 읽던 것이다. 시간은 신기하다. 시계바늘이 앞으로 나아가는 개념이 있다면, 사람의 존재와 더욱 직결된 개념도 있다고 생각한다.”

 -배경인 북촌은 서울에서도 독특한 공간인데.

 “오래된 가옥이 많은 거리라 걷고 있으면 마음이 매우 편안했다. 좁은 골목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옛 시대와 지금의 시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극중 그의 대사는 모두 영어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언제 가장 행복한가요, 모리씨?(When Do You Feel Happy, Mori-San?)가 인상적이었다. 다시 봤을 때는 ‘두려움 같은 게 있으세요?(Do You Have Fear?)’였다. 볼 때마다 달라질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의 촬영 현장은 시스템이 철저한 일본 영화 현장과는 많이 달랐을 텐데.

 “최고였다. 감독님의 영화 제작 철학은 정말 속속들이 훌륭하다. 현장에 참여하는 모두가 굉장히 열심이어서 감동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구스 반 산트,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같은 감독들과도 작업을 했는데.

 “운 좋게 그런 기회들을 만났다. 물론 모두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들이다. 국적과 관계없이 좋은 감독과 작품을 만나는 건 기쁜 일이다.”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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