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삽을 든 심판 … 황당한 진흙탕 야구

중앙일보

입력 2014.09.04 01:25

업데이트 2014.09.0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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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2일 삼성과 NC전 9회말에 심판들이 비로 엉망이 된 마운드를 보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NC전은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심판이 직접 삽을 드는 해프닝 끝에 양팀이 10-10으로 맞선 9회말 1사 2루 상황에서 강우 콜드게임(무승부)이 선언됐다.

 경기 시작부터 가늘게 내리던 비는 8회부터 굵어졌다. 마운드가 질퍽해져 양팀 투수들은 스파이크에서 흙을 털어내느라 바빴다. 6-6이던 9회 초 삼성 마무리 임창용(38)이 볼넷과 안타를 잇따라 내줘 무사 만루에 몰렸다.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오훈규 주심에게 “마운드 사정이 너무 안 좋다. 한 번 살펴봐 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창용은 결국 NC 이승재(31)에게 3타점 3루타를 내준데 이어 야수의 실책까지 겹쳐 6-10으로 리드를 허용했다.

 9회 말 NC 수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NC 마무리투수 김진성(29)도 공을 던질 때 마운드가 미끄럽다고 호소했다. 삼성이 2점을 따라붙어 스코어는 10-8. 무사 1·2루가 되자 이번에는 김경문(56) NC 감독이 경기 중단을 요청했다. 어필을 받아들였다면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경기가 돼 다음날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재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심판은 양팀 감독들 눈치만 보다 판단을 미뤘다. 심판들은 직접 삽을 들고 질퍽해진 흙을 정리한 뒤 경기를 강행했다. NC는 결국 2점을 더 내줬다. 10-10 동점을 만들어 준 손민한의 폭투는 비에 젖은 손에서 공이 미끄러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심판진은 강우 콜드게임을 선언했다. 두 감독은 각자 불리한 상황에서 심판진에 어필을 했고, 심판은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다 동점이 되자 홀가분한 듯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더 큰 문제는 대구구장 마운드였다. 2012년 7월 27일 이만수(56) SK 감독은 투수 박희수(31)가 마운드에서 미끄러지자 삽으로 흙을 골라 화제가 됐다. 대구구장 마운드는 높이가 낮고 홈이 깊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삼성 구단은 올 시즌을 앞두고 마운드 흙을 교체했다. 그래도 부족한 게 여전히 많다. 2일 경기처럼 폭우에 젖은 흙을 대체할 여분이 없고, 관리 인력도 부족하다. 그래서 감독이나 심판이 직접 삽을 드는 것이다. 대구 수성구 연호동에 건설되고 있는 새 구장은 2015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내년까진 현재의 시민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진흙탕 싸움은 또 일어날 수 있다.

 3일 열릴 예정이었던 LG-넥센(잠실), SK-한화(인천), 삼성-NC(대구), KIA-두산(광주) 경기는 모두 비로 연기됐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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