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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타 효린같은 건강미, 축구가 준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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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다솔(19)·조예은(19)·샤샤(21·프랑스)·니나(17·독일·아래부터) 등 서울대 여자축구 선수들이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머리를 써서 축구를 하는 여자들이 있다. 헤딩? 아니다. 명석한 머리를 쓰는 거다. 서울대 아마추어 여자 축구팀(SNUWFC)이 주인공이다. 서울대는 올해 국민생활체육회가 주최하는 국민생활체육 대학여성 축구클럽 조별리그에서 5전 전승을 기록, 조 1위로 결선에 올랐다. 한국체대·숙명여대 등 18개 팀이 참가한 대회 조별리그에서 전승을 한 팀은 서울대가 유일했다. 서울대는 오는 13일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결선에서 초대 챔피언에 도전한다.

 2010년 창단한 서울대 여자 축구팀은 체육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 비율이 높다. 41명 중 26명이 치의예·교육·식품영양학 등 체육 외 전공자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2011년 문체부장관배 전국 대학 스포츠동아리 대회, 2012년 서울대 여자축구 친선대회에서 우승한 실력파다. 전국대회에 나갔다 하면 3위 안에 든다. 조민희(21·소비자학)씨는 “서울대 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보고 많은 분들이 ‘서울대생이 축구도 하네요?’라면서 신기하게 봐 준다”며 밝게 웃었다.

 서울대 선수들은 공부만큼 축구에 쏟는 열정이 대단하다. 팀 막내 조예은(19·물리교육과)씨는 “어릴 때부터 운동하는 걸 정말 좋아했다. 여자들만 있는 운동 동아리를 찾다가 축구팀을 발견했다. 망설이지 않고 입단했다”고 했다.

안효지(21·자유전공학부)씨는 “초등학생 때 태권도를 배우며 운동에 빠졌다. 고등학교 진학 뒤 운동을 못한 게 아쉬웠다. 시험기간에도 먹고 자는 시간 쪼개면서 공부와 축구를 병행한다”고 자랑했다.

 서울대 여자 축구팀은 매주 월·수요일 주 5시간씩 훈련한다. 지난해 WK리그(여자 프로축구) 수원FMC에서 은퇴한 박현희(30)씨가 무급으로 코치를 맡고 있다. 주장 배수빈(21·체육교육)씨는 “우린 축구 잘하는 사람이 모인 게 아니다. 즐겁게 축구를 배우는 동아리”라며 “코치님이 세심하게 가르쳐줘서 체육 전공이 아니어도 실력이 좋아진다. 기량이 갖춰지면 누구나 주전으로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안효지씨는 “코치님이 ‘너희는 몸으로는 안 되니까 머리로 승부하라고 하시더라. 개인기술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조직력 훈련을 많이 해 팀 플레이는 어느 팀보다 좋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추어 여성 축구선수로서 어려운 면도 많다. 무엇보다 몸을 심하게 부딪히고 다치는 걸 감수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가끔은 부상을 입기도 하지만 공을 직접 찬다는 자부심으로 견딘다.

안씨는 “땡볕 아래서 얼굴이 검게 타는 걸 걱정하는데 우리는 일부러 태운다. 걸그룹 씨스타의 효린 같이 건강미 넘쳐 보이고 싶어서다”며 “하이힐 신고, 치마 입고, 화장 다 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화장하는 사람은 흔하지만 우리는 특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조예은 씨는 “운동한다고 공부를 소홀히 하는 건 아니다. 운동하고 나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진다”고 말했다.

 서울대 여자 축구팀의 상당수는 졸업 후에도 축구를 하고 싶어했다. 배수빈 씨는 “지역 클럽 아줌마 선수들은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서 뛴다. 참 부럽다. 엄마가 땀 흘려 뛰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밝고 건강하게 자랄 것 같다”고 했다.

글=김지한 기자
사진·영상=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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