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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직의 바둑 산책] '철녀' 루이 꺾다 … '소녀장사' 최정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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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의 최정 4단(오른쪽)이 3일 중국 쑤저우 궁륭산에서 열린 제5회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 대회에서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과 대국하고 있다. 최 4단이 세계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사진 중국기원]

세계여자바둑계, 최정(18)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최4단은 지난 3일 중국 쑤저우(蘇州) 궁륭산에서 열린 제5회 궁륭산병성배 결승전에서 중국의 루이나이웨이(芮乃偉·51) 9단을 물리치고 생애 처음으로 세계대회 정상에 올랐다. 입단 4년, 국내대회 우승 3년 만에 올린 쾌거다.

 궁륭산병성배는 세계여자바둑대회 유일의 개인전이다. 우승자가 곧 세계 1위로 인정받는다. 최 4단은 이번 승리로 2011년 제5기 부안 여류기성전 결승에서 루이 9단에게 반집패 당한 것에 설욕도 했다.

 최정은 이번 대회에 한국 여자기사 랭킹 1위의 자격으로 선발전 없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김채영(18) 2단, 오유진(16) 2단이 16강에서 탈락하면서 혼자 중국과 맞서야 했다. 8강전 기사는 중국 5명, 일본 2명, 한국 1명이었다.

 최정은 김채영을 꺾은 차오유인(曹又尹·27) 3단과 루자(魯佳·26) 3단을 차례로 이겼다. 루이는 헤이자자(黑嘉嘉·20) 6단과 위즈잉(於之瑩·17) 5단을 넘었다.

 결승전은 ‘최정의 수비, 루이의 공격’이었다. 패착은 루이의 흑189. 작은 팻감이었다. 좌상귀 백이 살면서 승부는 끝났다. 2014 삼성화재배 16강에 오른 루이에게 최정은 수읽기에서나 형세 판단, 승부 배짱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최정의 별명은 소녀장사다. 수가 밝고 싸움에 강해 어려서부터 큰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때문에 이번 우승은 늦은 감도 있다. 스승이었던 유창혁(48) 9단은 “최정이 우승할 때가 됐다. 수읽기가 강하고 담대한 성격이라 큰 승부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종진(35) 9단은 최정이 입단 전 충암도장에 다닐 때부터 “앞으로 최정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제 최정은 국내 여자바둑계 1인자에 올랐다. 모두 51명의 프로기사가 있는 여자 바둑계엔 최근 절대강자가 없었다.

 예컨대 정상을 다투던 박지은(31) 9단과 조혜연(29) 9단은 한발 물러난 형국이다. 박 9단은 지난 6년 동안, 조 9단은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김혜민 7단(28·2013년 18기 여류국수), 김윤영 4단(25·2014 삼성화재배 32강), 박지연 3단(23·2012년 17기 여류국수) 등이 각축을 벌여왔다.

 최정의 우승은 한국 여자바둑계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여자 바둑계는 최근 중국에 밀렸다. 궁륭산병성배도 1·2회를 박지은 9단이 우승했을 뿐, 3회는 리허(李赫·22) 5단이, 4회는 왕천싱(王晨星·23) 5단이 우승했다. 단체전에서도 약세를 보였다. 올 4월 제4회 황룡사쌍등배(단체전)와 갈현녹차배(단체전) 모두 중국이 우승했다.

 홍민표(30) 8단은 “전체적인 역량에서는 아직 중국에 밀린다. 국가가 지원하는 중국 시스템은 특히 여자 기사들에게 바람직하다”며 “대표팀에서 실력 강한 남자기사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자 기사들의 초반 감각 부족도 지적된다. 박영훈(29) 9단은 “실전과 사활 위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기보를 보지 않는다. 수읽기가 강해서 중반은 센데 포석과 끝내기가 약하다”고 평했다.

 제5회 궁륭산병성배는 중국위기협회와 쑤저우시 우중구 인민정부가 주최했다. 제한시간은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 덤 7집반. 우승 상금은 25만 위안(약 45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0만 위안(약 1800만원)이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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