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세돌, 역시 승부사 … 한 판 더 이기면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이세돌

역시 이세돌(31)! 배짱과 집중력에서 앞섰다. 큰 승부에 강했다.

 지난달 31일 중국 시짱(西藏) 자치구 수도 라싸(拉薩)에서 열린 ‘이세돌·구리 10번기’ 제7국에서 이세돌 9단이 구리(古力·31) 9단에게 승리했다. 총 전적에서도 5승 2패로 앞서면서 한 판만 더 이기면 우승과 함께 500만 위안(약 8억7000만원)의 상금을 획득하게 된다. 10번기는 한쪽이 먼저 6승을 거두면 대회를 마치게 된다.

 라싸는 해발 3650m 고산지대다. 산소가 부족해 정신 집중이 어렵다. 체력과 정신력이 중요하다. 제한시간 4시간에 점심시간은 없다. 홀로 견뎌야 하는 시합이다.

 과연 그랬다. 바둑은 이 9단의 역전승이었다. 시간도 많고 형세도 유리했던 구리는 승부처에서 실수가 잦았다. 손이 흔들렸다. 유창혁(48·9단) 국가대표팀 감독은 “2승 4패로 몰린 구리의 심리적 부담이 컸던 대국”이라고 평가했다.

 이 9단의 승리는 바둑계에 큰 호재다. 유 9단은 “상징성 큰 승부였다. 후배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양재호(52·9단) 한국기원 사무총장도 “최근 한국의 상승세와 호응하고 있다”고 반겼다. 올 6월 이후 한국은 중국과 세계대회에서 대등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세계대회를 석권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제 남은 것은 구리의 반격이다. 이세돌이 최근 컨디션을 회복해 한국 랭킹 3위에 오르고 있지만 구리도 중국 랭킹 2위에 복귀했다. 상대 전적도 여전히 팽팽하다. 2004년 이후 21승 1무 21패다. 세계대회 결승전 성적도 6승 6패다.

 10번기는 5대 5로 비기면 상금을 반반 나누는데 이 9단은 이번 승리로 최소한 무승부를 확보했다. ‘실력 부족’이라는 비판을 들을 일이 사라졌다. 구리는 그 반대다. 다음 대국 장소가 구리의 고향인 충칭(重慶)이라는 점도 벼랑 끝에 몰린 구리에게 큰 부담이다. 10번기 8국은 오는 28일 오전 10시(한국시간)에 열린다.

문용직 객원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