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 사드르탄핵결의로 이란, 소용돌이에 휘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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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바니 사드르」이란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의로 이란정정은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을 맞게됐다. 경제혼란, 이라크와의 전쟁, 온건·강경정파끼리의 충돌로 혼돈을 거듭하고있는 상황에서 「바니 사드르」대통령을 정점으로해온 실무온건파들이 일단 물러나게 됨으로써 이란은 또다시 「팔레비」 망명직후의 혁명초기와 같은 혼란속에 빠질 가능성이 짙게됐다.
지난10일 「호메이니」 최고지도자에 의해 이란군통수권을 박탈당함으로써 마지막 칼자루를 빼앗겼고 뒤이어 마질리스(이란의회)가 사실상의 탄핵토의인 대통령직무수행능력심사에 들어감으로써 「바니 사드르」의 운명은 이미 끝장났었다.
공식적인 퇴장명령은 아직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바니 사드르」의 운명은 막을 내린것과 다름없다. 군부를 비롯해 모든 언론기관이 그를 더이상 대통령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으며 마지막기대를 걸었던 「호메이니」옹마저 그를 「반혁명분자」로 단죄해 버렸다.
결국 작년1월 이란역사상 최초의 민선대통령으로 당선됐던 「바니 사드르」는 집권 1년5개월만에 제2의「팔레비」로 몰락의 길을 걷게된 것이다.
「바니 사드르」의 몰락은 곧 정통회교주의자들에 의한 온건파의 패배를 의미한다. 79년1월 회교혁명에 의해 「팔레비」왕정이 무너지고 회교혁명정부가 들어섰을 때 이란을 이끌어가는 지도부는 두개의 큰 줄기로 나뉘어 있었다.
「호메이니」를 정점으로하고 그밑에 회교성직자들로 구성된 강경파와 서구식 합리주의 사고방식을 가진 온건파가 그것이다.
이들 강·온파는 회교혁명이후 이란사회를 뜯어고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대결을 해왔다. 미국인질사태 해결과 대이라크전쟁수행을 두고 양파는 권력투쟁의 연속이었다.
회교근본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이고 타협적인 이들 온건파들이 회교혁명을 완성하는데 방해자로 보였다. 마질리스를 장악한 강경파의 IRP(회교공화당)는 「바니 사드르」대통령 밑에 강경파인 「라자이」수상을 들여보냄으로써 「바니 사드르」가 내각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바니 사드르」지지자인 「회교혁명」지를 비릇한 6개신문을 정간시킴으로써 온건과의 입에 재갈을 물렸고 「바니 사드르」보좌관 8명을 체포함으로써 손발을 묶어 버렸다.
그러면 「바니 사드르」대통령이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호메이니」가 생각하는 회교혁명의 완성과「바니 사드르」가 생각하는 국가건설이라는 정치이념간의 서로 만날 수 없는 차이 때문이다.
회교를 우위에 두는 「호메이니」 입장은 「국가」를 우위에 두는 「바니 사드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동안 「호메이니」의 대변인역할을 하면서 「팔레비」타도에 공동의 길을 걸었던 「바니 사드르」였지만 「호메이니」로서는 결국 제거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최근의 권력투쟁에서 압제와 전제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바니 사드르」에게「호메이니」는 『회개를 하면 용서하겠다』고 「바니 사드르」에게 돌아 설 것을 종용했었다. 그러나「바니 사드르」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항거했다.
「바니 사드르」가 퇴장한뒤의 이란은 「호메이니」의 신정이 더욱 철저히 강요될 것 같다. 현재 강경파를 이끄는 3두마차 「라프산자니」마질리스의장, 「베헤슈티」대법원장겸 IRP당수, 「라자이」수상에 의한 권력장악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바니 사드르」가 기소된다면 「바니 사드르」의 정죄에 큰역할을 할 「베헤슈티」의 등장이 눈에 띈다. 그는 회교최고성직자 계급인 아야툴라이며 「팔레비」를 재판에 회부했던 장본인이다. 그러나 강경파에 의한 「이란혁명의 완성」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온건파가 주축이 된 경제전문가들이 물러남으로써 심각해질 실업·인플레·식량문제등의 경제위기, 대이라크전쟁수행, 쿠르드·아랍·발루치족등 변방지대의 소수민족과의 분쟁, 혁명수출을 둘러싼 중동지역에서의 고립, 그리고 온건파지지 잔존세력의 반발등 산적해있는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지가 이란의 장래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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