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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솔적인 수사체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지법 남부지원의 소매치기범 탈주사건은 우리나라 범죄수사체계의 허점을 드러내는 하나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수사공조체제, 이를테면 검찰과 경찰의 손발이 맞지않아 경찰이 신문이나 라디오 뉴스를 듣고 현장에 출동하는일까지 빚어진 것은 큰 문제로 부각되고있다.
대검이「광역수사에 있어서의 수사체계장비방안」을 마련하게된 동기도 이런 수사망의 허점과 혼선을 방지하기위한 조치라할수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수사지휘체계의 일원화를 비롯해서 정보교환의 신속화방안, 과학수사장비의 보완, 수사기관 또는 개인간의 공명심을 배체하는 방안등을 강구하고 있다.
법의 형식만보면 우리나라의 수사기관은 일원화되어있다. 즉 범죄수사에관한한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게되어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경찰의 예산이나 인사에 검찰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없기 때문에「수사지휘권」이란 어떻게보면 유명무실한 실점이다.
지난번 개창논의가 한창일 때 경찰의 이른바 수사권독립 문제가 제기되어 논란이 일어났지만, 하옇든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그후 더욱 괴이현상이 두드러지고 미묘하게 헝클어진 것은 부인할수 없다.
국민의 입장에서 양대 수사기구가 알력이나 불협화음을 빚는듯한 입장을 받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범죄나 폭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안심하고 생업을 누리게 해주는 것이 수사기관의 1차적 책무이다. 어느 기관이 우위에 있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다는 책무만 일사불난하게 수행해주면 되는것이다.
우리나라의 검·경관계가 법적으로는 지휘를 받도록 되어있음에도 사실상 협조체제로 번질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의 수사기구는 형식적으로는 완화되어있지만 실제로는 일원화되어있다.
일본의경우 검찰과 공안위는 별도의기구이며, 법적으로는 상호협조관계에있다. 형식적 법규정은 그렇지만 내부적으로는 지휘관계로 운영되고 있다. 가령「다나까」내각을 퇴진시킨 「록·히드사건」처럼 정치성이 개재하고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경우 경찰은 스스로 승복하고 검찰의 첨문과 지휘를 받았다.
미국도 이와 비슷하다. 법의 형식은 어떻든 실질적으로 일원화되어있다. 연방수사국(FBI)이 법무생소속이란 사실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는수사기관을 지침할 때 검찰이나 경찰로 나누어사 호칭하지 앓는다. 오직하나의 「법집행기구」(Law Enforce-ment Agency)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수사력강화를위해 수사체계의 일원화가 얼마나 절실하며 시급한 과제인지는 분명해진다.
수사기구가 아무리 방대하고 고도의 수사장비가 갖추어져었다해도 그기구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면 수사능력의 현황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경찰의 수사권독립하면 흔히 검찰로 부터의 독립을 생각하지만 그에앞서 경찰내부에서의 수사부문의 지위가 높아지는 일부터 이루어져야한다. 경찰의 고위간부 가운데 수사출신이 거의 없다시피한 현실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뿐만아니라 이번 탈주사건에서 보는것처럼 수사기관사이의 일사불난한 공조체제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피해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들아간다는점을 명심해야겠다.
어느 기관이 우위에 서느냐는 것은 우리로서 용훼할바는 아니지만 차제에 수사기구의 일원화를 위한 보다 철저한 연구와 제도적 보완을 촉구해둔다.
검찰·경찰 할 것없이 크게 망신을 당하고 수사기관들이 권한다툼이나 한 인상을 준 사실을 뼈아프게 발생하고 큰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노정된 문제점들이 앞으로 개선보완된다면 이번 쟁건은 전와위수의 계기도 될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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