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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유가족 3차 협상 결렬 … 국회는 투표 한 번 하고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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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누리당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책위 간의 3차 면담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양측은 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방안에 대해 설전을 벌였으나 유가족 측이 퇴장하면서 회담은 30분도 안 돼 끝났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 둘째)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왼쪽) 등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책위 김병권 위원장, 김형기 부위원장(오른쪽부터) 등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 번 투표하고 끝났다. 1일 정기국회는 열렸다. 그러나 의사일정도 합의하지 못하고 본회의에서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임명승인안 하나 처리하고 끝이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부터 여야 원내대표를 잇따라 면담하고 협조를 구했다. 정 의장의 요청에 따라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보고된 뒤 박형준 총장에 대한 임명승인안 투표가 이뤄졌다. 5월 초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뒤 120여 일 만이다. 본회의엔 권순일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93건의 법안 등이 계류돼 있었다. 하지만 투표 후 의원들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정 의장은 “의결 정족수가 부족하다”며 산회를 선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다른 안건을 세월호특별법에) 연계하지 않는다”면서도 “비상행동을 하는 마당에 모든 안건을 첫 본회의에서 다 해주는 게 비상한 국회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2일 이후 정기국회 전망은 더 어둡다. 국회 정상화의 분수령이던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의 협상이 결렬되면서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후 유가족과 세 번째로 만났지만 28분 만에 끝났다. 양측 모두 강경했다. 유가족들은 시작부터 “길게 듣고 싶지도 않다. 1차·2차 회동처럼 설득하려 한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도 “자꾸 진전된 안을 요구하는데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게 없다. 추석도 다가오고 초조하지만 원칙을 깰 수는 없다”고 맞섰다.

 ▶유가족=“여당이 얼마나 다급한진 몰라도 우린 시간도 아무것도 문제 안 된다. 오직 진상 규명할 방법만 있으면 된다.”

 ▶박종운 변호사(대한변협)=“가족들이 바라는 건 좀 더 진전된 이야기다. 똑같은 얘기 반복되면 시간만 간다.”

 ▶주호영 의원=“(여당 몫 특검추천위원을 야당·유족 동의를 구하기로) 합의해 놓은 게 부족함이 전혀 없다. 유족들만 하고 싶은 말 다 하지 않나.”

 ▶유가족=“불러낸 이유가 뭔가. 줄 게 없다면서 여기 앉아 있는 이유가 뭔지 설명하라.”

 ▶김재원 의원=“수사권·기소권을 (진상조사위원회에) 귀속시키는 건 위헌적인 수사기관의 창설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마음 가라앉히고 내 고충 좀 얘기해보겠다. (웃으며) 서로 그러지 말고….”

 ▶유가족=“일어나겠다. 계속 언론 플레이하고 말이야. 유가족이 언론플레이당하는 사람들로 보이나!”

 유가족 측은 비공개 협의를 계속하자는 권유를 마다하고 떠났다. 한 유가족은 협상결렬 직후 일부 기자들을 만나 광화문광장에 추석상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이 원내대표는 면담 뒤 “협상은 야당과 하는 것이지 유가족과 하는 게 아니다. 유족과는 대화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야당에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과의 협상은 끝났다는 선언이다. 야당은 반발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추석 전에 해결되지 않으면 정국 파행과 국민의 실망은 정치권 전체를 삼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일 진도 팽목항 방문을 시작으로 ‘민심투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장외시위다. 추석까지 특별법 제정에 실패하면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행진은 20여 일간 진행된다. 그 기간 국회는 마비될 수밖에 없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유가족을 만나 "오늘까지 새누리당과 유가족 대화에 진전이 없으면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일단 3일 본회의를 연다. 이날 보고된 송 의원 체포동의안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외에는 모든 현안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글=강태화·김경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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