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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기업 특혜론이 일자리 창출 가로막는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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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기업을 보는 삐딱한 시선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려면 먼저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하는데 환경은 안 만들고 ‘왜 투자를 안 하느냐’고 닦달만 하기 일쑤다. 더 큰 문제는 한번 해보겠다고 작정하고 나선 기업까지 어설픈 규제와 말 안 되는 행정에 발목이 묶여 있다는 점이다. 서울 잠실에 공사 중인 제2롯데월드와 서울 경복궁 옆 대한항공 호텔 건립이 대표적이다.

 두 사업은 모두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서비스업이다. 제2롯데월드의 핵심인 123층 빌딩이 2016년 말 완공되면 상시 일자리만 2만 개가 생긴다는 게 롯데 측 추산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신규 취업자 수가 7만9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일자리 창출 효과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력만 연 400만 명에 이른다.

 메인 빌딩과 별개로 이미 완공돼 1000여 개 업체가 입점까지 끝낸 롯데월드몰도 있다. 이곳에는 제발 추석 연휴에라도 영업을 할 수 있기를 기다리는 6000여 명의 종사자가 있다. 이 중 70%가 중견·중소기업 관련 직원이다. 제2롯데월드는 대기업 롯데의 배만 불리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영업허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싱크홀 논란에 부담스러워진 서울시가 여론 눈치만 보는 통에 중소상인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셈이다.

 한진그룹이 경복궁 옆에 지으려는 7성급 호텔도 마찬가지다. 이 호텔은 풍문여고 등과 인접했다는 점이 시빗거리다. 정부가 관광진흥법을 바꿔 ‘유해시설이 없으면 허용한다’는 개정안을 내놓은 게 2년 전이지만 아직도 국회 통과는 기약이 없다. 야당이 ‘재벌 특혜법’이라며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등이 추진하고 있는 38개 호텔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렇게 생기는 일자리가 1만7000여 개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반대로 법 통과가 계속 미뤄져 호텔을 더 짓지 못하면 2016년 수도권에만 7400실이 부족하다. 매년 25%씩 늘어나는 중국 관광객이 묵을 곳이 없어 돌아가야 할 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대기업=악’ ‘대기업 투자=특혜’로 보는 시선이 고착화하고 있다. 최근엔 수출의 낙수 효과가 줄면서 그런 시각이 더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기업 투자가 일자리를 만들고 그것이 경제를 살리는 제일의 묘약이란 점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오바마·시진핑·아베 등 미·중·일 지도자들이 투자 유치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가 뭐겠나. 일자리를 만들 수만 있다면 세금을 깎아주고 공장터를 공짜로 줘서라도 기업을 모셔오려고 세계의 지도자들이 경쟁하는 이유는 또 뭐겠나.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 국회는 규제를 푸는 일에 관심이 없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 이런저런 단체들은 사사건건 무리한 조건을 내걸고 트집잡기에 바쁘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규제개혁회의에서 “시대와 현실에도 안 맞는 편견으로 청년 일자리를 막는 것은 거의 죄악”이라고 말했다. 그 후 6개월 가까이 흘렀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이래서야 가라앉는 경제를 어떻게 살리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