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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부품 만들어 11조원 매출 … 몰락한 '가전 왕국' 파나소닉의 대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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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경진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파트너

파나소닉은 과거 ‘제조왕국 일본’ 신화의 주역이었다. 소니와 더불어 일본 대표 가전기업으로 좋은 시절을 누렸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과 결합한 가전 시장의 혁신적 변화를 제때 따라잡지 못했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01년 기록한 대규모 적자(4310억원)는 위기의 신호탄이었다. 2010년 8조7000억 엔, 2011년 7조800억 엔, 2012년 7조2000억 엔 등 매출액은 매년 줄었다.

 2012년 긴박한 상황에서 쓰가 가즈히로 최고경영자(CEO)가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취임 직후부터 그는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이 중 하나가 더 이상 돌파구를 찾지 못한 몇몇 소비자 대상(B2C) 가전 사업부문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무게중심을 기업 대상(B2B)제품으로 옮겼다. 특히 자동차 전자부품 사업을 눈여겨봤다.

 하지만 대다수는 자동차 전자부품 시장 진출에 부정적이었다. 현대차의 현대모비스, GM의 델피처럼 주요 완성차 메이커에는 이미 부품 공급처가 있다. 메이커를 불문하고 부품을 파는 보쉬 같은 절대 강자도 있다. 요컨대 자동차 부품은 변동이 거의 없는 안정된 시장이다. 이런 철옹성 같은 시스템에 새로 진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이었다.

 그럼에도 파나소닉은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차 전기부품 시장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포드·GM·아우디 등 완성차 업체의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성장한 부품업체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빠르게 변하는 IT 기술과 이에 따른 소비자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반면 파나소닉은 이 분야에 강했다. 오랜 세월동안 IT와 가전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축적돼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줄 알았다.

 ‘나를 알고 적을 아는’ 전략을 바탕으로 파나소닉은 내비게이션, 리튬 이온 배터리, 카메라 모듈, 후방감지 센서 등 24종의 자동차 전기전자 부품 장비를 차례로 생산한다. 포드·GM·크라이슬러·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현대·폴크스바겐 등 거의 모든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차례로 뚫었다. 결국 업계 상식을 깨고 파나소닉은 2013년 자동차 전자부품에서 10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 다. 파나소닉이 아직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감한 도전을 지속, 재도약의 길에 들어섰다.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니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경진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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