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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난 외빈 접대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외국귀빈접대에 주로 쓰이는 2억여원의 금년도 외무부 의전실 예산이 지난4월로 바닥이 났다.
의전예산은 가령 우방 외상 또는 수상이 공식 초청됐을 경우 본인은 물론 수행원의 호텔비에서부터 차량비·선물비·리셉션 내지는 만찬비, 공항이나 호텔복도에 까는 카페트와 거리에 나붙는 초청국의 국기, 초청인사의 초상화 등등에 쓰인다.
초청된 귀빈과 수행원은 최고급 호텔에서 먹고 자고, 한번에 2백 만원 짜리 리셉션과 1천 만원 짜리 만찬에 참석해선 3백50만원 짜리 민속공연을 보게된다.
지난 3월 제12대 대통령취임식에 참석했던 70개국 경축사절의 경우는 특별한 케이스.
그 외에도 올 들어서만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가나 케냐 리베리아 외상과 스와질랜드 수상, 남미의 수리남 외상, 그리고 프랑스의「퐁세」외상과 뉴질랜드의「멀둔」수상이 정부의 공식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이 기록은 과거의 경우라면 l년을 두고 이루어질까 말까한 회수인 만큼 의전실 예산이 바닥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초청외교로 불리는 이 외교행사가 올 들어 빈번해진 것은 제3세계권에서의 북한우위를 뒤집기 위한 정부의 적극외교방침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에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 1백만 달러 짜리 인민회관을 지어주는가 하면 얼마 전 평양을 방문한 탄자니아 외상에게는 7백t 1백만 달러 규모의 옥수수를 무상원조 하겠다고 선심을 쓰고 있다.
정부는 올 한해동안 초청외교를 강화함으로써 올 가을 UN총회와 내년 가을 바그다드에서 열릴 비동맹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표 대결의 표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기를 눌러 궁극적으로 남북당사자간의 대화테이블로 끌어내고야 말겠다는 심산이다.
전쟁이란 원래 끝없는 국력의 소모이고 총알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외교전도 그 점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북한보다 한 수위의 국력을 가진 우리가 남북대결의 국제무대에서 저들에게 수세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한 푼이라도 아껴서 공장을 돌리고, 제조업체에 투자하고 수출을 해야할 서로간의 처지이고 보면 북의 광분 때문에 외교소모전을 치러야하는 민족의 현실에서도 일말의 씁쓸함을 금하기 어렵다. 그런 뜻에서 북한도 승산 없는 도전에 대해 민족적 자성을 촉구하고 싶다. 소모전을 그만두고 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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