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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도 같이울고…남과 싸울 땐 함께 덤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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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생존한 국내의 최다산아로 온 국민의 축복과 성원속에 자라온 정선의 네쌍동이가 최근 서울에서의 또 다른 여자네쌍둥이 출생으로 다시 한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연 정상발육이 가능할까. 출산당시의 걱정을 씻고 건강히 자라12일로 만4돌을 맞게된매·난·국·죽「4군자매」-. 의학상70만5천분의l 확률이라는 희귀한 일란성 네쌍동이가 다산아의 샌디캡을 극복하고 건강한 귀염동이로 자라기까지 엄마의 색다른 육아일지-.

<77년>일매·일난·일국·일죽…얼굴 생김 너무 꼭같아 머리가마 모양으로 구별

<5월12일>
새벽1시쯤 진통이 시작돼 30분만에 아기를 나았다. 딸…5분뒤에 딸….눈앞이 캄캄해 아빠를 부르려는데 아기를 받던 숙모가 『아기가 또 나온다』고 의치는 소리를 듣고 그만 정신을 잃었다.

<5월13일>
하룻만에 깨어보니 상오7시쯤. ??북면동원보건원 산실. 간호원이 다가와 『아주머니 딸4쌍동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잘 자란다』 고 했다. 딸 4동이-. 그럼 셋을 낳고 또 낳았단 말인가.기가 막혔다.
11년전에 결혼. 이번이 네번째 출산. 출산을 두 달 앞두고 8살난 외아들이 급성폐렴으로 숨져 딸만 둘 뿐인 우리부부는 슬픔속에 네째가 아들이기만을 얼마나 바랐던가.
네쌍동이는 큰애가 체중1·6kg 신장 40cm, 둘째가 l·5kg 40cm, 세째가1·65kg 43cm, 넷째가1·75kg 45cm. 열달을 채운 정상분만이었으나 영양부족으로 발육이 나빠한달쯤 인큐베이터에서 키워야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
키워내면 우리 나라에서 처음 있는 경사라고 하셨지만 징그러운 생각이 앞섰다. 한배에서 나온 쌍동이가 왜 크고 작고 서로 다를까.

<5월14일>
아빠 (최병규씨)는 키울 능력이 없는 네쌍동이에게 양부모를 구하는 호소를 중앙일보에 냈단다. 상의는 없었지만 잘했다는 마음이었다.

<5월15일>
중앙일보에 난 아빠의 호소를 보고 각계에서 온정이 줄 잇고 있단다. 딸4쌍동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관심을 가져주는 걸까. 부모의 책임이 무거워진다.

<5월19일>
1주일만에 퇴원하는 날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아기를 처음 대면했다.
둥근 유리상자(인큐베이더)속에 나란히 누운 네 핏덩이. 구별을 할 수 없다. 눈도 못 뜨고 이따금 손발을 꼬물거리는 저 생명을 내가 낳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잠도 같이 들고깨면 함께 깬단다. 쌍동이는 서로 통하는 것인지.

<5월30일>
둘째·세째·네째가 보육기에서 나왔다.
몸무게는 1·8kg정도로 불었고 우유를 조금씩 빨기 시작했다. 그중 세째·네째가 튼튼한 편. 신기하다

<6월18일>
첫째가 마지막으로 보육기에서 나왔다.
우유를 하루8번씩 한번에90g준다. 네째가 특히. 잘먹고 둘째가 제일 약한 편. 젖이 불어 짜내지만 네쌍동이는 먹일 수가 없단다. 우유로 키울 수밖에.

<6월20일>
원장선생님이 이름을 지어주셨다. 매·난·국 죽. 일란성이라고 일자를 가운데 넣어 일매,일난, 일국이, 일죽이. 중앙일보의 보도를 보고 각계의 온점이 쏟아져 후원회까지 결성됐다. 법원에서는 네쌍동이가 정상으로 자랄 때까지 입원비 일체를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복은 저마다 타고나나 보다.

<8월19일>
백일. 병원회의실에서 후원회가 백일잔치를 마련해주었다. 옷·반지·그네 등 갖은 선물까지. 4·3∼5·15kg까지 토실토실 자란 매·난·국·죽은 어른들 품에 안겨 행복한 표정, 방굿방굿 웃는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치다. 눈을 맞추려한다. 안거나 업어주면 좋아한다.

<8월20일>
네쌍동이를 구별하는 법을 간호원들한테 배웠다. 매는 머리의 가마가 오른쪽, 난이는 왼쪽, 국이는 가마가 3개, 죽이는 2개. 의사선생님은 정상아보다 체중이 1kg쯤 적으나 배탈한번 없는 건강체질이라 곧 정상아와 같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9월23일>
쌍둥이라서 그런지 대·소변도 거의 동시에 본다. 한 아이가 울면 모두 따라 우는 바람에 간호원들이 총동원돼 법석을 떤다. 둘째 난이가 그중 성격이 제일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라고간호원들은 평한다.

<9월25일>
국이가 뒤집기를 시작했다. 다른애들도 뒤집으려고 애를 쏜다. 몸무게는 5·5kg에서 5·7kg까지, 날때부터 제일 튼튼한 막내가 가장 무겁다. 유모차에 태워 놓으면 기쁜지 소리를 지르며 재롱이 제법이다.

<12월27일>
동원탄좌에서 우리 네쌍동이를 위해 마련해 준 새집이 완공돼 이사했다. 병원에서 자라던 매·난·국·죽 이가 7개윌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서는 전담보모 l명을 파견, 계속 애들을 돌보도록 했다. 넷이 다 온방을 기어다니며 무엇이든 잡고 일어 서려한다. 막내 죽이는 몸무게가 6·7kg이나 된다. 이빨이 날때라는데 아직 안나온다.

<78년>병원에서 첫돌잔치…이웃 등 모여 축하

<5윌12일>
첫돌. 보건원회의실에서 성대한 잔치. 이웃과 각계 유지들이 2백여명이나 참석, 축하해줬다. 색동저고리에 이름자를 수놓은 조끼를 받쳐입고 손을 잡아주면 한발두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는 매·난·국·죽. 첫째는 맏이답게 의젓하고, 둘째는 샘이 많고 영악하다.
세째는 가장 명랑 활발한 편. 네째는 막내답잖게 수더분하다. 국이하고 죽이만 이빨이 나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보다 3∼4달쯤 늦은 셈. 밥을 주면 곧잘 받아먹는다.

<6월5일>
이유식을 잘먹는다. 하루4번 법원에서 쇠고기·야채죽을 반공기씩, 간식으로 우유·계란·과자등을 오전·오후 두 차례 준다. 때가되면 서로 먼저 달라고 아우성쳐 쌍둥이들끼리 밀치고 싸우기도 한다.
누가 누군지 얼굴만으론 아직도 얼른 구별이 안된다. 몸무게는 난이가 7·24kg으로 가장적고 국이는8kg으로 정상아의 평균8·17kg에 거의 도달했다. 아직까지는 넷 모두 감기한번 안 앓아 고맙다.

<8월27일>
매는 싫은 사람을 보면 낯을 가린다. 제일 영리한 것 같다.

<9월5일>
막내 죽이가 제발로 걷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도 벽을 집고는 제법 걷는다.

<11월23일>
넷이 다 방끝에서 끝까지 걸어다닌다.「엄마」「엄마」부르며 넷이서 방을 돌아다니면 정신이 다 없어진다.

<79년>홍역도 함께 치러, 이젠 말 배우기 시작

<3월1일>
대·소변 가리는 훈련을 시작했다. 쌍둥이 들이라서 인지 한 애가 변을 보면 모두 뒤따라 보는 바람에 보모아줌마와 기저귀시중에 바쁘다. 이젠 우유보다도 밥을 더 잘먹는다.

<5월12일>
두 돌잔치를 병원에서 마련해줬다. 첫돌 때 같은 성황은 아니었지만 아직까지 무병하게 잘 자라는 것은 모두 병원 의사선생님이 매일같이 지켜봐 주시는 덕분. 감사할 따름이다.

<6월9일>
갑자기 국이가 열이 올랐다. 온몸에 물집이 생겼다. 의사선생님이 와보곤『홍역 같다』 고 하셨다.

<6월10일>
나머지 세 아이도 국이와 같은 증세다. 병원에. 입원시켰다. 칭얼거리며 울고 잠을 못 잔다. 간호원들이 밤을 새우며 지켰다. 난이가 제일 성미가 급하다.

<6월15일>
홍역이 끝났다. 처음으로 큰 병을 치르고 몸무게가 1kg이상 빠졌다.

<8월26일>
몸무게를 재니 평균 9kg. 밥을 잘먹는다. 국이는 말을 배워 곧잘 흉내낸다. 난이가 말도 제일 늦은 것 갔다.

<10월8일>
죽이가 기침을 많이 한다. 감기에 걸렸나보다. 의사선생님이 넷에게 모두 주사를 놓아주셨다. 한 아이가 앓으면 모두 같이 앓는 쌍동이들.

<12월29일>
태평양화학에서 그 동안 주던 양육보조비가 끊겼다. 2년동안 모두3백60만원의 지원을 받았다. 고맙다. 앞으로의 양육문제가 걱정된다.

<80년>정상아와 체중 같아져…노래·흉내도 곧잘

<5월12일>
세돌 잔치를 처음으로 집에서 했다. 넷은 이제 체중이 모두 10kg을 넘어 정상아와 같아졌다.
이제는 얼굴을 보고 구별이 된다. 하지만 보다 구별이 쉽게 옷 색깔을 달리 입힌다. 매는 노란색, 난이는 빨간색, 국이는 분홍색, 죽이는 파란색. 제 옷만을 찾아 입으려한다.

<7월15일>
동네아이들 장난감을 보면 사달라고 조른다.
마음대로 못 사주는 형편이 안타깝다. 병원에서 보모를 붙여주고 간식을 제공해 주지만 올부터는 다른 도움이 끊겨 아빠의 한달10만원 봉급으로 아홉식구 생계가 빠듯하다.

<9월20일>
넷의키가88cm에서 90cm. 죽이가 제일 크고 (90cm) 난이가 제일 작다(88cm ).

<9월25일>
동네아이 세발자건거를 보고 난이가 사달라고 조르자 넷이 합창을 한다. 『나중에 사주마』 고 달래도 듣지 않아 매를 때렸다.
넷을 때려주고 나니 손바닥이 아팠지만 마음이 더 아파 나도 울고 말았다

<10월17일>
이젠 노래를 곧잘 한다. TV에서 노래가 나오면 함께 따라 부른다. 노래배우는 재주는 국이가 제일 나은 것 같다.

<11월5일>
『산토끼 토끼야』 『새나라의 어린이』 동네언니들로부터 노래를 배워 제법 율동까지 흉내내며 시새워 재롱을 피운다.

<81년>계집아이 골목대장으로 소문나|방송 카메라 앞서 영문모르고 재롱

<3월17일>
우리 나이로 다섯 살. 날이 풀리면서 밖으로만 나간다. 병원마당에 가서 하루종일 소꿉장난을 하며 논다. 계집애들이라서 역시 다른가 보다. 난이가 가끔 심통을 부리지만 싸우는 일은 별로 없다.

<3월30일>
반찬이 없으면 밥을 잘 안먹는다. 하나가 식욕이 없어하면 덩달아 밥맛을 잃고, 하나가 탑스럽게 먹으면 너도 나도다. 어렸을때 병원에서 잘 먹인 탓인지 고기·생선을 좋아하지만 1주일에 두번 사 먹이기가 힘든다. 병원에서 한달에 비스킷 등 2만∼3만원어치의 간식용 대줘 그나마 다행이다.

<4월20일>
동네꼬마와 싸움이 벌어지면 넷이 한꺼번에 덤벼든다. 계집아이 골목대장이다.
어디서 보았는지 요즘은 예쁜 모자에 어깨가방을 메고 유치원에 가겠다고 조른다. 내년이면 유치원에 갈 나이. 애들을 가르칠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4월26일>
네쌍동이를 간호원으로 만들라는 것이 후원회 어른들의 말씀이었지만 후원회는 흐지부지된지 오래다.

<4월28일>
난이는 몸이 약하면서도 결코 지지 않으려 한다. 마음좋은 죽이는 덩치가 커다란게 순진스러워 셋이 다 좋아하는 편. 국이는 붙임성이 있어 아무하고나 친하다.

<4월29일>
어젯밤에는 10시쯤 돼서야 꼬마들이 잠들더니 아침9시가 돼서 약속이나 한 듯 같이 깼다.하루종일 밖에서 뛰노느라 피곤한가보다.

<5월8일>
방송국에서 촬영을 왔다. 꼬마들은 카메라 앞에서 영문도 모르고 즐겁다. 노래를 합창하며 애교를 부린다. 안스럽다.

<5월11일>
내일이면 만네돌. 이제는 정상아에 아무런 손색없이 건강하게 자란 네 아이가 대견스러우면서도 장래가 두려워진다.
TV에서 서울에서도 네쌍동이를 낳았다는 보도를 보았다. 세상에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왠지 의롭지 않은 느낌이다. 네 돌잔치는 미역국이나 끊여 식구끼리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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