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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스마일100' ② 여자야구 '나인빅스' 최다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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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다영 씨가 경기도 용인의 훈련장에서 힘차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최씨는 “야구가 내 인생을 바꿔놨다”고 말했다. [용인=최승식 기자]

배트를 야무지고 짧게 쥐었다. 투수를 바라보는 눈매가 제법 날카롭다. 헛스윙을 한 뒤 헬멧을 툭툭 치며 자책하는 모습, 영락없는 야구 선수다. 구리 나인빅스 여자야구팀에서 뛰고 있는 최다영(26) 씨는 “난 야구에 미쳤다”고 말한다.

 야구장에는 보이지 않는 금녀의 벽이 있었다. 여자 종목인 소프트볼과 달리 야구는 딱딱한 공을 던지고 받는다. 위험하고 어렵기 때문에 야구는 여자와는 거리가 먼 운동으로 여겨졌다. 그래도 야구에 도전하는 여자들이 있다. 25일 끝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화제를 모았던 소녀 투수 모나 데이비스(12)는 남자만큼 빠른 공을 던졌고, 68년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 여성들이 야구에 도전한 지도 10년이 흘렀다. 2005년 3월 최초의 여자야구팀 비밀리에가 창단했고, 나인빅스·레드와인 등이 뒤를 이었다. 당시 여자야구는 몇몇 선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국민생활체육회의 지속적인 투자로 여자 사회인 야구의 저변이 확대됐고, 2007년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이 생기면서 체계가 잡혔다. 금녀의 벽에 금이 가면서 최씨처럼 야구에 열정을 쏟는 여성들이 생겨났다.

 최씨의 한 주는 야구로 시작해 야구로 끝난다. 일주일에 세 번 수영으로 체력과 유연성을 기른다. 수영을 하는 건 순전히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남양주에 있는 사설 야구교실에서 개인교습을 받는다. 주말에는 팀 훈련과 대회에 참가한다. 나인빅스 일정이 없는 날에는 남자 사회인 야구팀에 가서 뛴다.

 그에겐 야구가 운명이다. 최씨는 “야구를 하기 전에는 인생의 목표가 없었다. 쳇바퀴를 도는 생활이 지겨워질 즈음 야구를 만났다. 야구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용인대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연구소에 취업했던 최씨는 우연히 야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리고는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진로까지 바꿨다. 지금은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에서 운동처방·건강관리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최씨는 “야구를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것들이 학업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운동처방사가 되는 게 그의 새로운 목표다.

 최씨가 속한 나인빅스는 국민생활체육회 구리시 야구연합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 나인빅스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30여명이나 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선수를 보유한 팀이다. 실력은 한국여자야구연맹에 가입된 전국 44개 팀 가운데 1,2위를 다툰다. 지난 24일 끝난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엔 6명이나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명문팀답게 선수가 되기도 쉽지 않다. 서류·면접·실기 테스트는 기본이고, 8주 간의 인턴 과정을 통과해야 정식 선수가 된다. 인턴 기간 출석 기준을 넘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팀원들의 투표를 통해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야구를 잘한다고 해도 경기에 바로 나설 수 없다. 최소 3~5년은 벤치를 지키며 후보선수의 설움을 이겨내야 한다. 2012년 입단해 올해로 3년차인 최씨 역시 아직 주전은 아니다.

 최씨는 “야구가 너무 어렵다. 하나를 배우면 더 어려운 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하나씩 배우고 이겨나가는 재미를 느끼면서 야구에 더 몰두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6년엔 세계여자야구선수권대회가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다. 이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뛰는 게 최씨의 꿈이다.

김원 기자

◆스마일 100=‘스포츠를 마음껏 일상적으로 100세까지 즐기자’는 캠페인. 중앙일보와 국민생활체육회(회장 서상기)가 진행하 는 생활 밀착형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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