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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학생 절반에 장학금, 외국 대학 진학생도 학비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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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수 북일고 교장이 전교생의 사진을 담은 게시판 앞에서 장학 제도와 입시 전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원상 기자

천안 북일고등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예비 학부모와 학생들이 반길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북일고가 자사고 전환 5년을 맞아 장학제도를 대폭 확대키로 한 것이다. 북일고는 혁신학교 확대, 자사고 폐지 논란 속에서도 명문고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강익수 교장을 만나 2015학년도 입시전략, 장학제도, 자사고 전환 이후의 성과에 대해 알아봤다.

-장학제도를 늘렸다는데.

“내년부터 장학금을 받는 재학생 수를 늘리고 졸업생에게는 대학 등록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른 학교는 생각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혜택이다. ‘경제적인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면학에 정진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역군을 양성한다’는 학교 설립자의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재학생 장학금 수혜 대상자 비율이 현재 27%에서 50%까지 높아진다.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이 17만원에서 45만원으로 늘어난다. 경제적 배려 대상자에게는 급식 비용까지 지원한다. 또 서울대·연세대·고려대·KAIST·포스텍에 진학하는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학기당 200만원씩 4년간 준다. 미국 하버드대·예일대·프린스턴대·스탠퍼드대·MIT 입학생에겐 연간 5만 달러씩 4년 동안 지원한다. 북일학원 출신 로스쿨 진학생에게는 한화그룹 계열사 입사를 조건으로 연간 1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장학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장학금을 크게 늘린 이유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의지와 전폭적인 후원이 뒷받침됐다. 지난해 장학금 개선안을 냈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오히려 그룹에서 장학금 규모를 2~3배 더 늘려야 한다며 교육사업에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혀 놀랐다. 졸업생에게도 학비를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학부모와 학생에게는 주목할 만한 변화다. 지원금이 적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국내외 각각 5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에겐 모두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진학하는 학생이 많으면 지원금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공부만 잘하는 학생에게만 장학금을 주는 것은 아니다.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정부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 가정의 학생에겐 1인당 연간 360여만원의 급식비를 지원한다.”

-내신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다.

 “북일고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들어오므로 내신이 불리할 수 있고, 이 때문에 대학 수시합격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와 학생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 명문대 입학엔 내신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내신을 보고 선발하는 것은 학생부교과 전형이다. 하지만 국내 10대 명문대에서 학생부교과 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2015학년도 수시모집 정원의 5.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학생부종합 전형, 논술 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생각하는 것만큼 내신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연세대의 2015학년도 수시모집 요강을 보면 일반전형 학생부 비중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1등급(20점)부터 6등급까지 등급 간 점수 차는 0.2점에 불과하다. 1등급과 6등급의 점수 차가 1점밖에 나지 않는다.”

  -2015학년도 입시에서 달라진 게 있나.

 “중학교 성적 기록 방식이 달라졌다. 석차가 기록에 안 나오고 A·B·C 같은 등급으로 나눈 성취도 평가로 전환됐다. 모든 자사고가 1단계에서 서류심사를 거쳐 학생부 성적으로 선발한다. 학생부 성적으로 2배수를 뽑은 다음 2단계에선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 교사 추천서 같은 서류심사와 면접을 실시한다. 북일고는 일반과정과 국제과정 모두 1단계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많은 지원자에게 2단계 서류심사와 면접 기회를 줄 계획이다. 일반 과정의 경우 고입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학생부교과 전형’과 ‘학생부종합 전형’으로 구분했다. 학생부종합 전형은 만점 290점(내신 210점, 서류 40점, 면접 40점), 학생부교과 전형은 만점 250점(내신 210점, 서류 20점, 면접 20점)이다. 학생부종합 전형이 학생부교과 전형보다 서류와 면접 비중이 큰 게 특징이다. 선발인원 역시 학생부종합 전형이 184명으로 학생부교과 전형 79명보다 많다. 이에 따라 북일고에 지원하려는 학생은 두 가지 전형 중 어느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내신에 자신 있는 학생은 학생부교과 전형에, 내신은 좀 부족하지만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한 학생은 학생부종합 전형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끝으로 교육가족에게 한 말씀.

 “북일고는 천안에 있다. 누구보다 천안시민과 동문들이 학교에 자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일부에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려 마음이 아프다. 학생들이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사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인지 일부 학원도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학교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앞으로 열릴 입시설명회에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한다.”

강태우 기자 ktw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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