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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강경파 "재협상하라" 일각선 "민생법과 분리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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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영선(사진)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이 이끄는 새정치민주연합이 혼선에 빠져들고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22명이 여·야·유가족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재야·시민단체(우원식·이학영·김기식·최민희)와 친노·486그룹(이인영·김태년·김현·정청래·진성준 )이 골고루 섞였다. 이들은 22일 성명을 통해 “여와 야, 그리고 유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의견을 경청해 해법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이완구-박영선 재합의안의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3자협의체에서 새로운 협상안을 마련하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박 위원장의 입장과 충돌한다. 박 위원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의 방패 뒤에 숨는다고 세월호 참사의 책임과 불신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지난 20일 세월호 가족대책위 총회에서 새누리당과의 합의안이 거부당한 뒤 첫 공식 발언이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을 하지 않고 유가족을 갈라치기 한다거나 혹시라도 이 사태를 즐기고 있다면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이 안산 단원고생 유족이 아니라 재협상안에 긍정적인 일반인 피해자 유족들과 접촉한 걸 가리킨 말이다.

 강경한 의원들과 주장이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기존 재협상안(여당 몫 특검추천위원을 야당과 유족 동의를 구하는 안)에 대한 접근이 그렇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추가협상을 요구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의 측근들은 “추가협상을 하자고 해야 할 상황이 오면 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박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강경파 의원들처럼 새로운 합의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재합의안을 여권이 유족들에게 설득하란 뜻이다.

 박 위원장으로선 유족들에게 재합의안을 설득시키는 노력을 해나가는 동시에 국민여론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나서도록 압박하도록 기다리는 것 외엔 뾰족한 해법이 없다. 야당 노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른바 ‘원탁회의’(야권 원로회의체) 멤버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원탁회의의 핵심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박 위원장이) 노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은 정부와 유가족 간의 문제”라며 “특별법이 실현되기 위해선 대통령과 여당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정치권 바깥의 목소리에 여권이 응답하길 바라는 거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아직 꿈쩍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그가 떠맡고 있는 비대위원장직과 원내대표직을 분리해 비대위원장직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는 얘기가 당 중진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박지원·박병석·유인태·원혜영·이미경·이석현·이종걸·추미애 의원 등 중진 8명은 이날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선 “지역위원장 선정 등 산적한 당 재건 작업과 원내 사령탑의 역할을 혼자 진행하기는 무리”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참석자는 “박 위원장이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묶여 당 재건 작업의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결코 협상 실패를 문책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박 위원장이 세월호특별법 정국을 돌파해나가는 데 부담이 되는 논의인 건 분명하다. 25일 의원총회에서 박 위원장의 자리 문제로 격론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당내엔 “박 위원장을 밀어낼 경우 당이 더욱더 중심을 잃고 휘청댈 것”이란 주장도 많기 때문이다.

 세월호특별법이 표류하면서 한편에선 “민생법안은 세월호특별법안과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황주홍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세월호특별법에 꽁꽁 묶여 있을 순 없지 않은가. 공당으로서의 제구실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당직자인 한정애 대변인은 “국정감사·민생법안과 세월호특별법을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의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정종문·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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