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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이색·희귀동물도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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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① 꼬마 돼지. ② 고슴도치. ③ 보아뱀. ④ 전갈. ⑤ 사막여우. ⑥ 육지거북. ⑦ 크로커다일모니터 도마뱀. 최근 이 같은 희귀 동물이 인터넷뿐 아니라 대형마트에서도 팔리고 있다. [사진 비비펫, 헬로우터틀, 중앙포토]


“2만3400원인데요, 2만3000원만 주시면 돼요. 집까지 얼마나 걸리죠? 심하게 녹거나 하지는 않을 거예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점포. 주인은 냉동실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검정 비닐봉지 안에 넣어 20대 남성에게 건넸다. 봉지 안에 든 물건은 아이스크림이 아닌 집에서 기르는 뱀에게 줄 냉동 쥐.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붉은 빛을 띤 쥐는 마리당 1300~1500원에 판매된다. 이날 쥐 18마리를 사간 김민철(22)씨는 “‘어린 왕자’에서 코끼리를 삼킨 것으로 나오는 ‘보아’뱀을 집에서 키운다”며 “자취 생활의 외로움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그가 키우는 뱀은 통상 수십만원에 거래되지만 크고 색깔이 화려한 경우 수백만원에 팔리기도 한다. 이 점포 단골인 김씨는 뱀이 별미로 먹을 유충 몇 개를 ‘서비스’로 받아갔다.

 파충류 사육사 최진원(30)씨가 운영하는 이 점포는 번화가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희귀동물 매니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최씨는 10여 년간 ‘비어드 드래건’이라는 45~60㎝ 정도 크기의 도마뱀을 취미로 키우다가 지금은 전갈과 거미, 사막여우와 스컹크 등 희귀동물을 중점적으로 파는 가게를 차리게 됐다.

 그는 “남들이 키우지 못하는 파충류를 키우면서 개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인터넷으로 해외 사이트를 뒤져 키우는 법을 알고 오는 어린 학생들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교 1학년 신지예(17)양은 “학교에서 자기소개 때 ‘파충류를 키운다’고 하면 친구들이 ‘오~’하는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가져준다”며 “앞으로 동물사육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애완동물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고급화와 차별화 전략을 타고 희귀동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색깔이 특이한 도마뱀이나 사막여우, 거북 등을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에 거래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부유층이 저택에 고급 수족관을 꾸며 놓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황금색 거북을 키우기도 한다.

 고급 희귀동물을 수집하는 모습은 해외 부유층에서 먼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희귀동물을 수집해 해외로 역수출까지 하는 청년 사업가 신범(27)씨는 “중국인이 허세를 부리는 경향이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차와 집 크기로 자랑했지만 최근에는 시뻘건 황금색 고대어를 집안에 놓고 보여주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협을 느끼면 눈에서 피를 뿌리는 도마뱀과 사람만 한 크기의 거북도 수입한다.

 사업이 커지자 경기도 화성에 이들의 먹이가 될 만한 쥐와 귀뚜라미를 키우는 농장도 만들었다. 마리당 600원에 판매되는 작은 쥐부터 시작해 4000원에 달하는 ‘특대형’도 있다. 살아 있는 귀뚜라미 1000마리는 ‘급속’ 냉동된 것보다 1000원 더 비싸다. 그는 “살아 있는 먹잇감은 가다가 폐사하기 쉬워 배송이 힘들다”고 말했다.

 희귀동물 매니어들은 야외에서 동물들과 함께하는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9년 전부터 육지거북을 키우기 시작한 이상훈(41)씨는 “키우는 방법을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더니 회원이 300여 명 가까이 늘어났다”며 “한강 둔치에서 함께 모여 거북에게 일광욕을 시켜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북은 수명이 적어도 40~50년 되는 장수 동물이기 때문에 나이 든 어른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개나 고양이와 달리 미용이나 기생충 감염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라고 했다.

 포유류가 아닌 희귀동물도 교감이 가능할까. 도마뱀의 일종인 워터모니터를 기르는 고교 1학년 임재윤(17)군은 “이 녀석들이 내가 집에 오면 활기차게 움직인다”며 “직접 먹이를 주고 교감하면 외롭거나 고민이 많을 때에 친구 이상으로 도움이 된다”고 웃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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