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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만나는 곳" 찬사 받는 클라우스 경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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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춤토르는 세계 건축계의 유행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아주 보기 드문 건축가로 손꼽힌다. 그는 프로젝트 규모나 설계비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하기로도 유명하다. 그동안거액의 설계비를 제시하며 그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낸 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움직이진 못했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이 춤토르는 주류 사회에서 쏟아지는 요청을 사양하며 자신의 길을 꼿꼿하게 걸어갔다갿고 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제2차세계대전 때 폭격받은 교회의 일부를 그대로 살려 새로 지은 독일 쾰른의 콜룸바 뮤지엄, 독일 바겐도르프 클라우스 경당, 스위스 숨비츠 성베네딕트 교회, 스위스 발스 온천 등이 널리 알려진 그의 작품들이다.

클라우스 경당이 설계되는 과정의 일화는 '건축 이상의 건축'을 지향하는 그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춤토르가 독일 쾰른에서 콜룸바 뮤지엄을 지을 당시의 얘기다. 그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부부가 그를 찾아와서 작은 경당 설계를 부탁했다고 한다. 춤토르는 이들 얘기에 귀를 기울였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농촌 부부 형편을 고려해 설계비도 받지 않았다. 이 작은 경당을 구상하는데 그가 바친 시간은 3년이었다. 클라우스 경당의 내부는 독특하다. 통나무 패널을 세워 원뿔형으로 쌓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은 다음 내부 원목을 태우는 독특한 기법을 적용했다.

클라우스 경당 외형은 그야말로 작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곳을 찾은 이들은 감동을 이야기한다. 춤토르 역시 감동을 중시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건축을 생각하다』에서 "질 높은 건축은 나를 감동시키는 건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감동은 크기나 화려함으로 사람을 위압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볼 때마다 느껴지는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존재감을 뜻한다.

클라우스 경당은 한 편의 시(詩)처럼 마음에 울림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불에 탄 나무 패널 흔적이 투박한 결로 남은 내벽과 뾰족하게 열린 천창에서 쏟아지는 빛의 만남이 이뤄낸 조화일까. 건축가 한만원씨는 "클라우스 경당은 한 번에 겨우 대여섯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감동은 그 어떤 대형 교회나 성당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줌토르는 『건축을 생각하다』에서 "시(詩)는 고요함 속에 산다. 건축은 이 고요함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소박하고 고요한, 또 한 편의 시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남양성모성지에 세워질 경당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게 작은 규모로 설계될 예정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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