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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깨어나라, 잠든 자 춤출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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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시아 젊은이여 깨어나라(Asian Youth Wake Up).”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아시아 젊은이들에게 준 메시지다.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 강론 마지막에 갑작스럽게 외친 말이다. 청년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교황은 이날 청년들을 ‘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으로 불렀다. 그러곤 이들에게 좀 더 다가가겠다는 의지에서 영어로 세 개의 키워드를 던졌다.

 우선 ‘아시아’다. 아시아는 가톨릭엔 오랫동안 도전의 땅이었다.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61%를 차지하나 가톨릭 신자는 12%에 불과하다. 특히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담장은 견고하다. 서구 제국주의에 의한 침탈 기억이 여전히 강렬하기 때문이다. 교황은 “여러분은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긍정적인 가치들을 존중할 수 있다”며 “무엇이 가톨릭 신앙에 반대되는지, 무엇이 세례 때 받은 은총의 삶에 어긋나는지, 이 시대 문화의 어떤 측면들이 사악하고 타락하여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곤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 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라”고 주문했다.

 교황의 두 번째 키워드는 ‘젊은이’다. 교황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친구들은 시절의 특징인 낙관주의와 선의와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며 “여러분의 삶과 문화에서 희망과 덕과 사랑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극복해내는 승리의 길”이라고 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성덕의 아름다움과 복음의 기쁨에 대한 우리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죄와 유혹, 그러한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경 ‘시편’ 구절을 언급하며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연설 도중 “자지 말고 깨라”는 농담을 던졌다.

◆청년들 “비바 파파”=이날 아시아청년대회에는 아시아 22개국 청년 60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에는 3만여 명 가톨릭 신자들도 나왔다. 교황이 퍼레이드 카를 타고 나타났을 때 ‘비바 파파(Viva Papa·교황님 만세)!’ 함성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20분간 이어진 강론에서는 교황의 한마디 한마디에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강론 중간에 교황이 “콜록 콜록” 기침할 때면 걱정스러운 술렁임이 일기도 했다. 미사를 마친 교황은 아이들을 축복하면서 입장할 때보다 천천히 퇴장했다. 대회 참가자인 양석우(20·가톨릭대)씨는 “어려운 이들에게 다가서고 헌신하는 교황의 모습에서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폐막 미사에서 2017년 제7회 아시아청년대회 개최지로 인도네시아가 결정됐다.

교황수행기자단=고정애 특파원, 서산=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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