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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창 "억울하다" … 경찰 "CCTV 분석 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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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차관급인 김수창(52·연수원 19기) 제주지검장이 제주시 도심 대로변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음란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발생 닷새가 지났지만 진상은 오리무중이다.

 당사자인 김 지검장은 17일 서울고검에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평생 한이 될 억울함을 풀기 위해 진상 규명에 방해가 된다면 검사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지방경찰청은 이날 현장에서 피의자 남성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김 검사장과 동일인인지를 가리기 위해서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1시58분쯤 제주지방경찰청 112센터로 “어떤 아저씨가 골목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목격 장소는 제주시 이도2동 제주소방서 인근 중앙로 길가에 있는 분식집과 타이어정비소 사이라고 한다. 최초 목격자는 여고생(18)이었고 상황을 전해 들은 여고생의 이모부가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여고생은 “귀가하던 길에 해당 장면을 두 차례 목격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13일 0시45분쯤 순찰차를 타고 여고생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거기서 분식집 앞 테이블에 앉아 있던 김 지검장을 발견했다. 목격자가 “인상착의(녹색 상의, 베이지색)가 맞다”고 지목하자 경찰은 현행범으로 김 지검장을 체포해 오라지구대로 연행했다. 출동 경찰은 체포 당시 김 지검장이 테이블에서 일어나 10m가량을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떠나는 걸 제지해 붙잡았다고 한다. 당시 김 지검장은 술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몸을 제대로 못 가눈 채 비틀댔다는 게 경찰 측 얘기다. 또 김 지검장은 연행 뒤 한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친동생의 이름과 신원을 사칭했다. 정확한 이름과 나이를 밝힌 것은 오전 3시20분쯤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되면서 지문을 식별할 때였다.

 김 지검장의 해명은 경찰과 다르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관사 주변을 산책하던 중 분식집 테이블에 앉아 쉬고 있던 중이었다. 당시 테이블에는 나와 옷차림이 비슷한 남성이 앉아 있다가 갔는데 나로 오인했다”고 주장했다. 관사에서 3분 거리인 분식집 앞에서 잠시 쉬며 휴대전화를 보고 있던 중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 인적사항과 신분을 숨긴 이유에 대해선 “검경 갈등상황에서 입건됐다고 알려지면 검찰 조직에 누가 될 것을 염려해 그랬다”고 해명했다. “평소 술을 못 하는 체질이라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도 했다.

 진상 파악이 쉽지 않자 당초 15일 이준호 감찰본부장을 제주에 급파했던 대검찰청은 한발 빼는 분위기다. 대검 관계자는 “본인이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고 사실관계가 명확지 않아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정강현·박민제 기자, 제주=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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