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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얼음물 뒤집어쓰기' 유쾌한 기부가 바꾸는 세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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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얼음물을 뒤집어쓴 사람들의 동영상이 번지고 있다. 양동이에 담긴 얼음물을 머리부터 뒤집어쓰고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으스스 떠는 모습에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그런데 웃고 즐기는 단순한 흥밋거리는 아니다. 흔히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의 위험성을 알리고 환자를 도우려는 기부운동의 취지가 ‘도전! 얼음물 뒤집어쓰기(Ice Bucket Challenge)’에 담겨 있다. 지난달 말 시작한 이 운동엔 미국의 유명 인사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이 100달러를 내거나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일에 동참했다.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번지듯 확산되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 기부운동에 적용된 사례다.

 지난 14일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쓴 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지목했고, 게이츠는 얼음물 뒤집어쓰기 임무를 수행한 뒤 다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등 3명을 지목해 이들도 임무를 수행했다. 한동안 미국인들의 얼음물 뒤집어쓰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유명 인사들이 기부라는 선행을 대중에게 알려 좋은 이미지를 쌓겠다는 의도에서 참여했을 순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포함해 일반 사람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ALS협회는 100억원가량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니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아니다.

 기부에도 유쾌함이 함께할 수 있다. 얼음물 뒤집어쓰기라는 기발한 상상력과 들불 번지듯 기부운동을 퍼뜨리는 아이디어가 중증 난치병 환자와 가족에게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끔찍한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근육병 환자가 1000 명 이상이나 된다. 기부하는 사람도 즐겁고, 기부받는 사람도 행복한 기부 아이디어가 얼음물 뒤집어쓰기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도 지혜를 모아 민간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 실행에 옮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