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일에 손 내민 박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북한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 북한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지 나흘 만이다. 박 대통령은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15 경축사에서 “남북한이 실천 가능한 사업부터 행동으로 옮겨 서로의 장단점을 융합해 나가는 시작을 해 나가는 게 시급하다”며 북한에 환경·민생인프라·문화 등 3대 분야에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남북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산림을 공동 관리하고 ▶10월 평창에서 열리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북한이 참여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지원을 활성화하고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민생인프라에 협력하고 ▶문화유산을 공동으로 발굴하자고 했다. 특히 내년이 광복 70주년인 만큼 이를 기념하는 남북 공동의 문화사업을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하나하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통일준비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출범했고 세월호 사고 이후 중단된 남북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지 않느냐”며 “경축사에선 작지만 실질적인 분야에서부터 하나씩 결실을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 “(북한이) 응해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건설적 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EU(유럽연합)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를 만들었듯이 동북아 지역에서 한·중·일이 중심이 돼 원자력 안전협의체를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한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북한과 몽골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 대한 접근법도 부드러워졌다. 박 대통령은 “내년이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게 된다”며 “양국은 새로운 50년을 내다보면서 미래지향적인 우호 협력관계로 나아가야 하고 이를 위해 남아 있는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출발하는 원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지혜와 결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표현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한 “과거의 역사를 부정할수록 초라해지고 궁지에 몰리게 된다”, 지난해 8·15 경축사의 “(독도 문제에 대해)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순 없을 것” 등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졌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