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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젊은이여, 결코 희망 뺏기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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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시아 청년들 만난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했다. 한국 대표 박지선씨가 분단국가인 한국에 대한 생각을 묻자 교황은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닌 우리가 언제나 한 가족인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홍콩 대표 지오반니(왼쪽 둘째), 박지선씨(오른쪽 둘째), 캄보디아 대표 스마이(오른쪽)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을 맡은 예수회 한국 관구장 정제천 신부.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현대사회의 물질주의 풍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 자리에서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30여 명도 참석했다. 미사 직전 유가족이 건네준 노란 리본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 말했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회개’와 ‘관심’을 제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해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와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황은 이어서 젊은이를 걱정했다. “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 젊은이들을 둘러보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자본주의의 탐욕과 빈부의 양극화를 비판해 왔다. 교황이 추기경이던 시절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아르헨티나의 문한림 주교는 “교황님의 이런 메시지 밑에 흐르는 것은 남미 해방신학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휴머니티이자 그리스도의 사랑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기를 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인간을 뜻함)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도 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한국을 찾은 바티칸 출입기자들은 “수위가 높은 발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톨릭 매체인 CIC의 요하네스 쉬델코 기자는 “교황이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드는 현대의 경제에 비판적 시각을 가졌고 ‘죽음의 문화’란 표현을 자주 쓴다”며 “그렇지만 맞서 싸우거나 거부하란 표현은 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현실이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설명을 듣자 미국의 가톨릭 전문 통신사 겸 방송사인 CNA·EWTN의 뉴스 프로듀서인 앤디 홀든은 “이제야 교황의 발언이 이해가 된다”며 “교황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황수행기자단=고정애 특파원, 백성호·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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