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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 만난 교황 "노래로 사람들에게 용기·희망 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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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5일 대전가톨릭대 구내식당에서 가수 보아가 교황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보아는 세례명이 끼아라인 가톨릭 신자다. 미리 잡혀 있던 콘서트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천주교 대전교구]

방한기간 중 교황의 첫 외식 상대는 아시아청년대회(AYD)에 온 각국 젊은이들이었다. 외식 장소도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대학 구내식당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오후 1시30분쯤 대전가톨릭대 구내식당에서 한류 스타 ‘보아’와 한국 청년 대표, 아시아 17개국 청년 대표 등 19명의 젊은이와 마주 앉았다.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도 함께했다.

 교황의 젊은이 사랑은 각별하다. 14일 교황 공식 트위터에 “성 요한 바오로 2세님, 저희 그리고 특별히 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한글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안개와 강풍 때문에 준비된 헬기 대신 KTX를 타고 대전을 향했다. 오찬은 예정시간보다 3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식사는 오후 3시까지 1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교황과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교황이 식사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청년들로부터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가족을 위한 기도를 요청한 청년을 위해서는 직접 기도를 했다. 교황은 청년 대표들의 소개말을 경청했고,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 달라는 요청에도 일일이 응했다.

 보아(세례명 끼아라)는 AYD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미리 예정된 콘서트 일정 때문에 홍보대사를 맡기 어려웠지만 “보아의 자리가 크다”는 AYD 준비위원회 운영본부장인 박진홍 신부의 문자메시지에 마음이 움직였다. 점심 자리에서 교황은 보아에게 “세상의 흐름을 벗어나서 앞으로 나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과 셀카도 잔뜩 찍었던 보아는 콘서트장에서 “오늘은 굉장히 뜻깊은 날이다. 교황께서 나의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 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자리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박찬혜(23·여)씨는 고교 졸업 당시 키 1m53㎝에 27㎏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거식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2011년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기를 다짐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현재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그는 교황에게 “내년에 유럽 여행을 갈 건데 로마에서 점심 한 끼 사 줄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교황은 “유럽을 방문하면 일반인 알현이 가능한 수요일에 와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고 답했다. 홍콩에서 온 수엔 카포(22·여)는 “교황께 ‘사랑한다’고 말했더니 교황이 ‘나도 사랑한다’며 쓰다듬어 주셨다. 청년들이 그의 친절함과 소탈함에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식사 메뉴는 호박죽과 서너 가지 부침개, 프로슈토(이탈리아 전통 햄)를 얹은 연어와 잡채 등이었다. 청년들을 위한 메뉴로 치킨과 소시지, 볶음밥이 제공됐다. 이탈리아의 전통빵 치아바타와 디저트인 초콜릿 케이크와 티라미수 케이크는 대전 빵집인 성심당이 제공했다. 교황은 디저트를 깨끗이 비웠다. 식기는 천주교 대전교구에서 사용하고 있던 것들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이정봉·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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