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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뜨는 플랫아이언스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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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뉴욕시 플랫아이언스쿨 학생들이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고 있다. 12주 과정은 실제 기업에서 쓰이는 기술을 배우는 수업이 주를 이룬다. [안정규 JTBC 기자]

뉴욕 맨해튼 남쪽의 플랫아이언스쿨은 요즘 미국에서 가장 뜨는 학교다. 12주 동안만 가르쳐 번듯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길러낸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적성이 맞지 않거나 보수가 낮아 고민하던 직장인이다. 전직은 프로 축구선수, 프로듀서, 스카이다이빙 강사 등 백인백색이다. 공통분모는 프로그래밍엔 완전 문외한이라는 것뿐이다.

 학비는 1만2000달러(약 1230만원)로 싸지 않다. 1년에 웹과 iOS(아이폰 운영체제) 과정을 각각 세 번만 운영하는데, 각 과정엔 20~40명만 받는다. 입학은 쉽지 않다. 2012년 10월 문을 연 이후 292명을 뽑았는데 4787명이 지원했다. 16대 1의 경쟁이다.

 지원자가 몰려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졸업생들은 온라인 결제회사 벤모, 미디어 기업인 엑스오그룹, 뉴욕타임스 등 쟁쟁한 회사에 자리를 잡았다. 취업률은 98%, 초봉은 최소 7만 달러(약 7200만원)다.

 내로라하는 4년제 대학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학위도 주지 않는 신생 학교가 어떻게 해낼 수 있었을까. 플랫아이언스쿨은 교육 당국자들이 생각해볼 점들을 여럿 제공한다. 학교는 대학 중퇴자인 아비 플럼바움(30·교장·왼쪽)과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인 애덤 엔바(31·회장·오른쪽)가 세웠다. 둘은 트위터에서 만나 의기투합했다.

 - 성공 비결은.

 “학교를 시작하기 전 직접 만든 교육 과정을 들고 30개 이상의 기업을 찾아가 ‘이런 내용을 가르치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기업들은 가르쳐야 할 것과 가르칠 필요가 없는 것들을 알려줬다. 그것들을 토대로 교육 과정을 새로 만들었고, 그대로 가르쳤다. 나중에 그 회사에 가서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다 가르쳤다’고 말했다. 고용주·강사·학생의 3각 연결을 완성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엔바)

 플럼바움과 엔바는 직업교육의 수요자가 누군지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대학에선 이론과 원리를 많이 가르치지만 정작 시장이 요구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학생들을 채용할 회사를 우리의 고객으로 본다”고 말했다.

 플랫아이언스쿨의 또 다른 특징은 교육 과정의 거품을 뺐다는 점이다. “어떻게 4년에 하기도 어려운 프로그래머 양성을 12주 만에 할 수 있느냐”고 묻자 플럼바움의 대답이 빨라졌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전공과 연관 없는 기초 동물학과 기초 독일어를 듣느라 시간을 허비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물론 12주는 대학 4년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대학 전공자가 4년간 듣는 프로그래밍 과목은 8개 정도다. 한 과목당 수업량은 한 학기에 매주 세 번, 한 번에 2시간 정도다. 우리 학생들은 프로그래밍만 매일 9시간씩 12주를 배운다.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한 가지를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은 절대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학교는 자유분방했다. 학생들은 4~5명씩 팀을 이뤄 과제를 수행했다. 막히면 강사들을 찾았다. 플럼바움은 “강사 대 학생 비율은 1대 7”이라며 “모든 강의는 녹음되고, 실습실은 늘 열려 있다”고 소개했다.

플랫아이언스쿨의 커리큘럼은 기존 교육 시스템에는 없는 파격이다. 뉴욕시는 어떻게 대했을까. 플럼바움은 “학교를 시작한 지 몇 달 뒤 직업 학교를 운영하려면 면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뉴욕시가 1년이란 기간을 주고 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줬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아예 이 학교와 손잡고 공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저소득 뉴요커들이 전문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도록 뉴욕시가 교육비를 전액 부담하는 22주짜리 과정이다. 벤처 투자가들도 이 학교를 주목하고 있다. 플럼바움과 엔바는 지난 4월 550만 달러를 펀딩했다. 그 돈은 학교 규모를 키우기보다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쓰고 있다.

인터뷰에서 플럼바움과 엔바는 컴퓨터공학 분야의 인력 부족을 걱정했다. 미국 시장은 2020년까지 140만 명을 필요로 하는데 대학 전공자들은 40만 명밖에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교육기관의 인력 공급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분야가 어디 컴퓨터공학뿐일까. 그 미스매치를 메우는 ‘새로운 학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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