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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감정 나타내 매력적" 수시로 바꾸는 '카톡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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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 주부 조호순(49)씨는 얼마 전 카카오톡으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피서지에서 찍은 카카오톡 프로필(카톡 플필) 사진을 본 친구가 인사를 건네온 덕분이다. 조씨에게 ‘카톡 플필’은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일기장이자 사람들과의 소통 창구다. 자녀 셋을 모두 대학에 보낸 뒤로 한동안 무료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카톡 플필을 알게 된 뒤 조씨의 일상은 크게 달라졌다. 여행지의 멋진 풍경을 찍어 카톡 플필에 올리면 사람들에게 곧바로 반응이 왔다. 연락한 지 오래된 지인들과도 사진을 화제로 어색하지 않게 대화할 수 있게 됐다. 조씨는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들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남편이나 친구들과의 여행도 늘었다”며 “지인들과의 식사 약속을 나가서도 사진부터 찍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2. 대학생 하연미(19·여)씨는 감정이나 기분이 변하면 카톡 플필을 바꾼다. 하루에 두세 번씩 바꾸는 일도 흔하다. 얼마 전까지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펭귄 그림을 카톡 플필에 올려놨다. 이유 없이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나만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글귀를 프로필로 사용 중이다. 남은 방학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로 마음먹어서다. 공부를 하다가 의지가 약해지면 카톡 플필을 보며 마음 자세를 가다듬는다. 하씨는 “카카오톡 프로필은 다른 개인 SNS보다 내 감정을 온전히 나타낼 수 있다는 면에서 더 매력적”이라며 “다른 SNS처럼 단순히 ‘좋아요’를 누르고 마는 게 아니라 바뀐 프로필을 보면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전유물이던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 자리를 넘보고 있다. “문자할게”보다 “카톡할게”가 더 익숙해진 지 이미 오래다. 카카오톡의 국내 사용자는 3700만 명. 전 국민의 4분의 3이 쓰는 셈이다. 카카오톡이 보편화되면서 ‘카톡 플필’을 꾸미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카톡 플필은 ‘프로필 사진’(프사)과 ‘상태 메시지’로 구분된다. 사진과 메시지를 적절히 이용하면 간단한 자기소개는 물론 최근의 심리상태까지 나타낼 수 있다. 대화를 하기 전 상대방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일종의 ‘명함’인 셈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개인 SNS처럼 카톡 플필로 남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카톡 플필은 다른 SNS보다 사용법이 간편하다. 카카오톡 앱만 휴대전화에 내려받으면 복잡한 가입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카톡 플필을 애용하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은 이유다.

 임정자(75·여)씨도 요즘 카톡 플필로 친구들과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등산 중 찍은 풍경사진이나 성당 모임에서 찍은 사진 등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바꿔 가며 올린다. 얼마 전에는 동갑내기 친구들에게 카톡 플필 바꾸는 법을 직접 알려 주기도 했다. 임씨는 “친구들이 내 프로필을 보더니 사진 올리는 법을 알려 달라고 성화였다”며 “요즘엔 친구들과 서로의 사진을 보며 대화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유명 인사들도 카톡 플필을 적극적으로 사용 중이다. 특히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홍보도구이자 소통수단이다. 카톡 플필을 보면 정치인의 소속 정당을 금세 알 수 있다. 정당별로 프로필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프사’로 올려놨다. 박영선 원내대표 역시 별다른 ‘상태 메시지’ 없이 노란 리본만을 ‘프사’로 쓰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상당수가 본인의 얼굴을 카톡 플필에 올려놨다. 주로 각종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거나 지역민들과 만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많다. 김진태 의원과 이철우 의원 등은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프사로 썼다. 김무성 대표는 프로필에 사진이나 메시지를 올려놓지 않았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연예인들도 카톡 플필을 애용 중이다. 방송인 전현무씨는 JTBC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다. 상태 메시지에도 “히든싱어 나혼자산다 비정상회담…”이라고 써 놓는 등 출연 프로그램 홍보도구로 이용 중이다. 지난 12일 법정관리 신청을 한 팬택의 이준우 사장은 상태 메시지에 얼마 전 출시된 휴대전화 이름과 함께 ‘최선을 다한 뒤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의미의 고사성어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을 써 놨다. 평소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기타를 배경으로 찍은 본인의 사진과 함께 “매일 시작하는 세상”이라고 적어 놨다.

 전문가들은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카톡 플필에 열광하는 이유를 ‘관심’에서 찾는다. 상명대 이종윤(사진영상미디어학) 교수는 “카카오톡 프로필은 사진과 메시지를 수시로 바꿔 가며 상대방에게 보여 줄 수 있다”며 “이런 특성이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드러내고자 하는 요즘 사람들의 욕구와 맞물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주대 김혜숙(심리학) 교수는 “기존 SNS는 피드백(Feedback)에 대한 압박이 큰 반면 카톡 플필은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수치화돼 나타나지 않는다”며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보여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고석승 기자, 공현정(이화여대 정치외교학)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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