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의 언저리

중앙일보

입력 1980.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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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활동 규제 대상자에 대한 적격 판정이 나지 않았음에도「대폭 구제설」과 함께 곧 닥쳐올 정치 계절의「시그널」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신·구 정치인의 명운을 가릴 점괘가「축복」을 내릴지「절망」을 안길지 모르는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은 일단 새로운 정당들의 태동에 쏠려 있다.
엄격히 따져 우선은 눈치작전의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 정당사의 경험과 당면 정치현실의 몇가지 변수를 대조해 볼 때 4, 5개 정당이 대두할 것이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정계 이합 집산 활발할 듯>
정치「업저버」들은 현 정부의 정치 이념을 구현할「파워·엘리트」들에 의한 이념 정당이 곧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과거 야당 진영에 속했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제2·제3당을 만들 것으로 보이고 진보적 이념을 표방한 혁신계 정당의 탄생도 확실시된다. 선거법의 향배에 따라서는 이밖의 군소제당도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른바「다당화 시대」의 서막이 펼쳐질 것 같다.
○…「민주복지국가」와「정의사회 구현」을 창당 이념으로 내걸 새 여권 신당은 12월중에 발기인과 지구당 위원장이 모여 창당대회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참여할 사람은 10대 국회의원이나 이른바 구 정치인으로 지칭될 사람은 극히 소수이겠으나 예를 들어 입법회의 의원인 J모 의원 같은 분은 가담할만한 인물이다.
발기에 참여할 사람은 각계 각층 인사를 망라할 것으로 보이므로 앞으로 여당권의 전국구 국회의원 후보가 그 가운데서 많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해볼 수 있다.
핵심적 간부로는 군 출신의「엘리트」몇명과 때묻지 않은 전직 관리가 거명되기도 하는데 이들은 대체로 출신집단에서는 이미 광범위하게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항간에 구 정치인 중 육사 8기 출신의 K모씨가 정치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하여 신당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사실 무근인 것 같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당명(가칭)은 보편 타당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민주주의를 함께 표방할 수 있는 이름을 찾고있는데「5·16」후 공화당이「민주공화당」과「민주국민당」을 놓고 택일하느라 고민했던 일화가 인용될만 하다.
여당권은 우리나라 정치인의 성향이 일단 안전한「여지향」적이고 1구2인의 국회의원 선거법이 존속하는 한 이들이 여당「프리미엄」을 열망하고 있기 때문에 각 지역구 위원장을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고르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여당 준비 세력은 정치규제 대상자의 재심 청구기간 중에 대상자들의 심리적 약점을 노리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발기인 대회가 끝나는 즉시 지구당 위원장을 선정함으로써 탈락한 여 지망자들에게 차선의 선택을 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게 할 것 같다.
○…앞으로 정치활동 재개를 허용하는 조치가 취해지면「게르만」족의 대이동을 방불케 할 정계의 이합집산이었을 것 같다.
북새통은 선택이 유리한 여당에서보다는 제2, 제3당, 이른바 신 야당 진영에서 일어날것 같다.
새 야당의 핵심 세력들은 저마다 한민당 이후 이어온 야당의 정통성과 법통을 들고 나와 동기가 각양각색인 정치 지망생들을 불러들일 것이며 정치지망생들은「원내 진출」과 관련해 험난한 선택의「코스」를 밟아야 한다.
자의든 타의든 야당진영에 가담할 사람은 △정치를 계속할 수 있도록 적격 판정을 받든 각 야당권 인사 △여당 공천에서 탈락한 공화·유정회 등 각 여당권 인사 △정통야당의 복원을 이념으로 하는 체질적 골수 야당성향 인사 등으로 대변될 것 같다.
이들이 두개의 정당을 만들지 세개의 정당을 만들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모이는 사람들의 다양한 성향으로 봐서「다당화」는 자명하다.

<전통야당 뿌리 찾기 곤란>
○…야당창당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뜻맞는 사람을 모을 수 있으며 야당전통을 인정받느냐는데 있다. 즉 과거 전통야당의 기질과 뿌리를 찾기가 힘들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지난날 신민당이나 통일당의 지도급 인사가 대부분 정치 규제에 묶임으로써 당분간 구심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나 보여진다.
풍설로는 야당출신 입법회의 간부와 입법회의에 참여한 구 야당의원이 한 묶음이 되어「비판적 공생」을「슬로건」으로 하는「제1야당」을 만든다는 얘기다.
한때 입법회의에 참여한 일부 야당의원이 여당으로 전향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으나 구 야당의 모 의원은 『어차피 반대당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규제 대상에서 구제될 사람을 얼마나 확보할지 모르나 이체거물이 있어야 대 정당이란 생각은 버리고 인물을 키워 당을 만들어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비록 구심점이 약해졌다고는 하나 야권에는 면면히 이어오는 정기가 있다. 때문에 이들 말고도 온건한 성품이 널리 알려진 전 신민당 간부를 중심으로 신당 창당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며 각 신민당 소장파 의원들이 끼리끼리 모여 숱한 도상 연습을 하고있는 만큼 질·양면에서 문제가 있을지언정 정당 창당은 시간 문제다.
○…1백점은 못되더라도「80점 야당」의 창당 속출을 예고하는 요인으로는 앞으로 국회의원 선거법이 정당의 배경이 없으면 출마를 어렵게 하리란 점이다.
여당의 수요는 제한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야당의 수요가 급증할 요인이다. 비례 대표제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인물흡입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혁신 정당은 국제관계를 고려할 때 필요하다. 과거의 선례와 남북 분단의 현실이 섣불리 선택을 할수 없게 할지 모른다.
아뭏든 누가「풀린다」고 하면 그 집으로 몰리고, 아니라면 흩어지고 하는 등「떼몰림」 의 조짐이 확연하며 장안의 점술가들에게 정치 지망생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일본 정당제도 많이 참작>
○…일본의 정당제도가 많이 참작되고 있다. 일본에는 중·참의원에서 각각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을 필두로 사회·공명·민사·공산·신 자유「클럽」·사민련 등 6개의 군소정당으로 이루어진 다당제를 택하고 있다.
지난 55년 창당이래 계속 집권하고 있는 자민당은 보수 정당으로 끊임없이 인물 중심의 정권 교체를 해왔으며 총선에서 평균 45%의 지지를 받아 정당의 난립으로 인한 정국 불안은 겪지 않는다.
창당 때 채택한 자민당의 정강은 민 주도의 확립과 교육개혁·정계 및 관계쇄신·복지사회 건설 등이었고 등록당원 3백11만명에 연 수입이 1백11억2천2백41만「엔」이나 된다.
제1야당인 사회당(총선 지지율 19·3%)은 계급적 대중 정당을 표방하고 있으며 노총인「총평」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확대하여 공산당을 제외한 혁신연합 정권수립을 당면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공명(총선 지지율 9·0%) 민사(6·6%) 공산(9·8%) 신 자유「클럽」(3·3%) 사민련(0·7%) 등은 그야말로 특정소수 집단을 대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우리의 다당제도 장차 일본식「모델」을 지향할 것으로 점치는 사람이 많다. <전 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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