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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7·30 재·보선 선거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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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4년 7월 31일자 30면>
7·30 민심, 세월호를 넘어 민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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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세월호 사태가 중심이 됐던 6·4 지방선거만 해도 여야가 8 대 9라는 무승부였다. 그로부터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건 국민이 세월호를 넘어 민생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세월호가 심각한 사건이었지만 이를 수습하는 방법은 합리적이며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유권자는 판단한 것이다. 야당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세월호를 정치쟁점화하려는 전략에 유권자는 ‘노(no)’를 선언했다.

야당에 대한 유권자의 이런 거부감은 명백하게 드러났다. 중도(中道)지역이라고 볼 수 있는 대전·충남·충북에서 유권자는 지난 지방선거와 달리 과감하게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이런 성향은 서울 동작을과 수원 등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출마했던 손학규·김두관·정장선 등 야당의 원로·중진 스타들은 커다란 표차로 패배했다.

가장 의외인 것은 전남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호남은 민주당에 뿌리를 둔 새정치연합의 텃밭이어서 이곳에서 영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이 당선자를 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 곳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그것도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유권자는 작심하고 새누리당에 표를 던졌으며 이런 결심은 순천에서 강하게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지역개발 공약을 내세운 것이 영향을 미친 측면이 크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것이다. 근본적으로 표심이 변화하지 않고는 이런 결과가 불가능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7·30 결과를 수용하여 여야가 향후 국정운영에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지난 6·4 지방선거와 7·30 선거는 세월호 사태를 둘러싼 ‘정권심판 정국’이었다. 이제 7·30은 집권세력과 야당 모두에 하나의 분수령이 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2016년 4월 총선까지 21개월 동안은 큰 규모의 선거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기를 위한 여러 준비를 갖췄다. 선거 전에 개각도 단행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내세워 총체적인 경기부양책도 밀어붙이고 있다. 마침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이다. 대통령은 집권 1기의 인사 참사와 세월호 위기관리 실패를 점검하고 집권 2기를 새롭게 구상할 것이다. 앞으로 박 대통령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2기 20여 개월밖에 없다고도 볼 수 있다. 2016년 총선 이후에 정국은 급속도로 차기 대선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다.

대통령은 안보·외교·경제·사회에서 여전히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악화되는 고립을 탈피하려 핵과 미사일로 다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이가 우려하는 급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에 대처하면서 동시에 한·미·일 동맹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세월호로 제기된 국가 개조작업은 대통령과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잘 실행하려면 ‘1기의 맹점’으로 지적된 불통과 인사 실책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대통령은 통치 스타일을 개선해 소통과 광폭의 인재 발탁으로 2기를 지탱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체제는 첫 시험을 치렀다. 선거 결과는 현 체제에 우호적으로 나왔지만 그렇다고 여당의 문제가 덮어진 건 아니다. 정권이 흔들릴수록 집권당 내에선 주류-비주류 간 갈등과 차기 권력다툼이 불거진다. 7·30 전에 새누리당은 벌써 이런 징조를 보였다. 만약 집권 2기에도 여당이 이런 풍조에 사로잡히면 정권 전체가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대통령이 성공하지 못하면 여당도 차기 대선구도에서 매우 취약해진다. 여당은 국정의 한 축으로서 야당을 설득해 입법으로 정권을 도와야 한다.

세월호에서 드러난 국정 파행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건 야당의 중요한 임무였다. 하지만 두 차례 선거와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그리고 검찰수사를 통해 세월호 사태는 상당 부분 통과 절차를 거쳤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세월호를 정쟁에 이용하려 했다. 선거 패배는 새정치연합의 이런 태도가 지나쳤음을 보여줬다. 야당은 이제는 사태수습을 마무리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데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 토론은 진지하게 하되 합리적인 선에서 특별법과 ‘관피아 개혁방안’ 등에 동의한다면 성숙하고 대안을 지닌 야당이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야당의 실패에는 원칙과 명분이 없는 공천 파동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새정치’가 실종됨으로써 야당은 존재감에 상처를 입었다. 야당은 지도부 교체 파동에 휩싸일 것이다.

박근혜 집권 1기를 상징하는 단어는 단연코 ‘세월호’일 것이다. 2기는 국가 개조와 경제살리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21개월 동안 큰 선거가 없으니 여당과 야당 그리고 차기 주자들은 정책을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로 경쟁해야 한다. 정치권의 선도 노력이 있어야 사회 전체가 7·30을 계기로 바다 밑바닥에서 올라올 수 있다. 그러한 부상(浮上)이 진정으로 세월호의 희생을 기리는 것일 게다.

한겨레 <2014년 7월 31일자 31면>
7·30 선거, 야당을 심판하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전국 15곳에서 치러진 7·30 재보궐선거는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야당은 민심의 척도라 할 수도권에서 여당에 완패당했을 뿐 아니라 전통적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까지 여당 후보에게 승리를 내줬다. 이번 결과는 야당이 존폐의 기로에 몰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결과는 6·4 지방선거 이후 두 달 가까운 기간의 여야 성적표에 해당한다. 지방선거 이후 박근혜 정권은 오히려 민심에서 더 멀어져 갔다. 끝없는 인사참사에다 독선과 오만은 더욱 심해졌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40%대를 오르락내리락할 만큼 크게 하락했다. 새누리당 역시 집권여당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여전히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야당이 이반된 민심을 끌어오기는커녕 오히려 차버렸다는 데 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강한 지도력도 섬세한 선거전략도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 때마다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나기 마련이지만 이번처럼 터무니없는 공천으로 선거의 흐름을 바꿔놓은 적은 없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주검이 뒤늦게 발견되고 정부의 무능·무책임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그나마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야당은 ‘박근혜 정권 심판’을 외쳤으나 선거 결과는 오히려 ‘야당 심판’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특히 서울 동작을을 비롯한 수도권에서의 야당의 패배는 뼈아픈 대목이다. 동작을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큰 표 차이로 앞섰던 곳이다. 비록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개인적 인기에 힘입어 처음부터 크게 앞서간 곳이라고는 하지만 야권이 막판 야권연대까지 하고서도 패배한 것은 야당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야당은 또한 손학규·김두관 후보 등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들을 수도권에 집중 투입했으나 모두 신인 후보들한테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일으킨 돌풍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1988년 제13대 총선 이후 전남 지역에서 현 여권 후보가 승리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승리는 야권의 분열에 힘입은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이 후보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승리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의 견고한 벽을 허물 가능성을 몸으로 입증해 보였다. 그렇지만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텃밭에서까지 존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됐다. 새정치연합이 호남을 ‘주머니 속의 공깃돌’ 정도로 여긴다면 앞으로도 호남 유권자들의 경고음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매번 선거가 끝나고 나면 되풀이되는 말이지만 선거 결과를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여야는 지난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유권자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쇄신에 나서겠다”고 다짐했으나 실제 나타난 모습은 완전 딴판이었다. 이번 재보선 이후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오만함, 야당의 지리멸렬함에 이제 유권자들은 점차 지쳐가고 있음을 분명히 깨닫기 바란다.

 지방선거가 끝남에 따라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등 산적한 과제들의 해결에 착수할 것이다. 특별법 협상에 임하는 자세부터 여야가 선거 결과를 얼마나 겸허히 받아들이느냐가 드러날 것이다. 특히 여당이 선거 결과에 고무돼 밀어붙이기로 나올 경우 결국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논리 vs 논리
중앙 “대안 제시 못한 야당” 한겨레 “수도권 민심 변화 주목”

7.30 재·보궐선거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2등을 기억하지 않는 선거의 특성상 새누리당 11명, 새정치민주연합이 4명 당선이라는 결과만 남았다. 언론과 정치권은 이번 선거에 대한 분석으로 분주하다. 서로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선거의 결과를 바라보는 속내와 시각은 전혀 달라 보인다. 승리한 자와 패배한 자 사이의 거리만큼 대한민국의 여당과 야당 그리고 동쪽과 서쪽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서도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다. 후보 공천 문제,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 인사 실패라는 의제, 선거 전략 등 살펴볼 문제가 많지만 선거 직후 한겨레와 중앙에서 내놓은 사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은 조금 다르다.

 우선 한겨레는 이번 선거를 6·4 지방선거 이후 여야에 대한 민심의 변화를 보여주는 선거였다고 진단한다. 야당이 민심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 완패한 점을 지적하며 야당이 존폐의 기로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중앙은 세월호 사태가 선거의 중심이었던 6·4 지방선거가 여야 8대 9의 무승부였음을 상기시키며 이번 선거는 국민이 세월호를 넘어 민생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야당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세월호를 정치쟁점화시킨 것이 유권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패배 요인에 대해서는 서로 시각이 엇갈린다. 한겨레는 박근혜 정권의 인사 참사, 독선과 오만, 지지율 40%대 하락, 집권여당의 눈치보기 등으로 이반된 민심을 끌어오지 못하고 공천 잡음 등 일련의 모습이 오히려 ‘박근혜 정권 심판’이 아니라 ‘야당 심판’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중앙은 세월호를 정쟁에 이용하려 했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려는 성숙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원칙과 명분 없는 공천 파동을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했다.

 좀 더 상세한 지역별 분석에서 두 사설은 수도권과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후보에 주목한다. 손학규, 김두관 등 여당의 간판급 정치인들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큰 표차로 패배한 점과 호남지역에서 새누리당 정치인이 당선된 점은 이번 선거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점에 대해 한겨레는 수도권에서 야당의 패배를 ‘뼈아픈 대목’이라고 표현했고 이정현 후보의 당선을 ‘지역주의의 견고한 벽을 허물 가능성’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지역의 유권자가 여당을 선택한 것은 ‘야당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으로 표현했으며 이정현 후보의 당선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표심이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가 텃밭까지 내준 여당의 선거 패배를 염려하며 결과 자체 분석에 집중한 반면 중앙은 그 원인을 세월호의 정치 정쟁화, 민심의 변화로 분석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역은 전남 순천·곡성이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이후 처음으로 전남지역에서 여권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정현 후보는 영·호남의 철저한 편 가르기 지역구도를 깬 당선자가 됐다. 이것이 영남지역에서 어떤 효과를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사설은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른 주문을 한다. 한겨레는 ‘여당의 오만함, 야당의 지리멸렬함’에 유권자들이 지쳐가고 있으니 선거 결과를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해석하지 말고 세월호 특별법 등 산적한 과제 해결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한다. 이에 비해 중앙은 박근혜 정권 2기를 맞아 1기의 상징이 된 ‘세월호’를 거울 삼아 ‘국가개조’와 ‘경제살리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국어 교사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15곳에서 치러진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투표율이 32.9%에 그쳤다. 단테는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는 정치적 격변기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 기권은 중립이 아니다. 암묵적 동조다”라는 말로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유권자는 정치에 무관심한 듯하다. 소중한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모아져 대한민국의 현실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필요가 있으며, 그 결과를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미래를 고민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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