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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위인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나라 중·고생들이 존경하는 위인「넘버·원」은 역시 이순신 장군이었다. 동방생명 보험회사에서 최근 전국의 중고생 8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였다.
그밖에 존경받는 위인들은 세종대왕,「나폴레옹」, 신사임당, 「링컨」,「슈바이처」,「에디슨」,「아인슈타인」,「헬렌·켈러」,「나이팅게일」,「케네디」,「간디」 그리고 이이 등 이었다. 대체로 흔히 비슷한「앙케트」에서 꼽히는 이름들이다.
그러나 10대 위인 중에서 중학생은 외국인을 7명이나 꼽고 고교생도 6명이나 꼽았다는 사질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토록 5천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네에게 위인다운 위인이 없단 말일까.
하기야 영국의 중고교생들이 존경하는 위인들 중에도 외국인이 많이 등장한다.
지난 76년까지의 7년 동안의 통계를 보면「잔다르크」,「케네디」는 항상 끼고「링컨」. 「나폴레옹」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처칠」,「넬슨」제독,「나이팅게일」등 영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본의 청소년사이에서도「케네디」,「슈바이처」,「에디슨」,「나이팅게일」등의 인기가 대단하지만 자기네 인물들의 수가 훨씬 더 많다.
외국인물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기왕이면 내나라 위인을 존경한다면 얼마나 더 떳떳하고 자랑스런 일이겠는가.
어쩌면 너무 판에 박힌 국사교육이 우리네 청소년들로 하여금 지난날의 위인들을 등지게 만들고 있는게 아닐까.
뭣보다도 근세 이후의 한국의 위인이단 한 명도 끼지 않았다는게 그런 느낌을 더 짙게 해준다.
영국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인물들은 매우 다양하다.「셰익스피어」와 같은 문인은 물론이지만 남극 탐험의「로버트·스코트」도 낀다. 그런가하면 전혀 전세상의 인물인「로빈·후드」도 어엿이 한몫 낀다.「그리스도」도 당연히 낀다.
미국의 청소년들의 우상은 더 다채롭다. 「홈런」왕「베이브·루드」가 끼는가 하면 서부개척자의 영웅「대니얼·분」도 낀다. 놀랍게도 권투선수「재크·탬프시」의 인기도 여전하다. 남부에서 패군의 장군 「리」의 인기가 압도적인 것은 당연하다고 할까.
위인은 보통 사람들이 도저히 흉내내지 못하는 일을 했기에 위인이 너무 위인다와도 매력을 잃게 된다.
위인도 평범한 우리처럼 괴로와도 하고 실패도 한다는 사실을 알 때 비로소 위인을 본뜰 마음도 생기고 친밀감도 생길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의 위인들을 어른들이 교과서에서처럼 너무 꼽게만 보여주려 하니까 청소년들이 숭배할만한 위인을 못 갖게 되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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