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질의 향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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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란」'「이라크」전쟁의 장기화는 교전쌍방에 심각한 군장비부품 보급의 부족현상을 가져왔다. 두 나라 중에서도「이슬람」혁명으로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한「이란」족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그래서 단순한 논리가 통한다면「이란」은 전쟁물자의 조달을 위해서라도 미국인질을 석방했을법하다. 「이란」군의 장비는 대부분이「팔레비」시대에 미국에서 사들인 것들이다.
억류생활 1년째를 맞는 인질들이 석방되면「이란」은 적어도 전 정권 하에서 지불이 끝난 5억5천만 「달러」의 장비공급을 요구 할 수가 있을 것이고, 미국이 동결한「이란」재산 80억「달러」를 해제받으면 혁명과 전쟁으로 핍박해진 그 나라 외환사정이 크게 호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포메이니」와 회구공화대(IRP) 소속의 종교 지상주의자들이 이끌어가는 혁명하의 「이란」에서는 반드시 이해타산이 행동기준이 아닌데에 종전과 인질석방을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가 번번이 무너지는 까닭이 있다.
지난18일 「이란」의 「라자이」 수상이 「유엔」에서 「말트하임」사무총장과 회담하고 기자회견을 가질 때만해도 종전은 별문제로 하고 인질석방의 실현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이 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라자이」는 현재「이란」정치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IRP소속이요, 그 당의 지도자인「아야툴라·베헤슈티」의 측근이며「으메이니」로 부터도 신임을 받는 사람이다.
「바니-사드르」대통령이 이끄는 실무파가 인질석방 및 대미관계개선을 시정할 때마다 그것을 좌절시킨 것이 바로 IRP다.
그래서「이란」이 『미·소의 주구』라고 비난하던 「유엔」에「라자이」가 참석한 것과 때를 같이하여 미·「이란」졸후협상설이 나돌고 인질석방이 27일로 박두했다고 보도되기까지 했다.
미국 쪽의 형편을 보더라도 1l월4일의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두고 「리건」의 인기에 뒤지고 있는 「카터」대통령이 열세만회를 위해서, 당분간은 공개될 수 없는 대「이란」 양보를 해서라도 인질석방을 선거전에 실현시켜야할 처지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에 찼던 27일은 그냥 지나가고, 「포메이니」는 28일「테헤란」서 행한 연설을 통해서 한편으로는 「이라크」와의 휴전협상을 거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소련이 『야수적 식성을 발동시켜』 「이라크」의 침략전쟁을 선동, 지원하고 있다는 공격을 퍼부었다. 「호메이니」는 인질문제에는 끝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인질석방의 전망에는 다시 암운이 덮인게 아닌가싶어 세계여론은 불안하다. 「호메이니」의 강경 연설이「사우디아라비아」와「리비아」의 단교,「요르단」의 「이라크」지원강화선언 같은 전쟁의 국제화 기미가 높아 가는 것과 때를 같이 한 것이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 같다.
전쟁의 장기화와 미국인질의 억류에는 한국의 이해도 직접 걸려있다.
미국은 지금「이란」에 경제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다른 미국의 우방들과 마찬가지로 대「이란」경제 및 외교관계를 저 수준으로 유지해 오고 있다.
그 틈에 북괴는 「이란」에 무기와 탄약 등을 제공하면서 한국·「이란」의 우호관계에 결정적인 쐐기를 박으려고 온갖 잔꾀를 동원하고 있다.
연설을 보다 국제적인 차원으로 돌려보면 유전지대의 전쟁 장기화는 필연적으로 유가인상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지금 「바니-사드르」대통령의 인질석방 방침이 강경파의 마지막 저항을 받고있는 상황인 것 같다. 그러나 「이란」의 분위기는 인질문제를 이제는 국내권력투쟁의 차원을 떠나 국가지침의 차원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세를 탄 것 같다.
그래서 「포메이니」의 연설에도 불구하고 인질석방은 여전히 시간문제 같다.
그러나 미국이「페르시아」전에서 처한 입장 때문에 인질석방은 시기 못지 않게 조건도 중요하다. 인질석방이 미국의 전쟁개입이나 확정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성사된다면 작은 화를 해결하고 큰 화를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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