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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3배 거리 똑바로 날다 … 매킬로이 '광속 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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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로리 매킬로이는 폭발적인 드라이버 샷을 앞세워 타이거 우즈를 넘어 새로운 골프황제로 등극했다. 8일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고 있는 매킬로이. [루이빌 로이터=뉴스1]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는 뛰어난 ‘드라이버(Driver)’다.

 그의 가장 큰 무기도 드라이버다. 그가 모는 자동차는 시속 300㎞까지 달린다. 매킬로이보다 더 멀리 공을 때려내는 선수는 한 둘 있지만 그만큼 똑바로, 멀리 치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8일(한국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 골프클럽(파71·7458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1라운드. 매킬로이는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 327.8야드(299.7m)에 페어웨이 안착률 85.71%를 기록했다. 542야드(496m)의 오르막인 파 518번 홀에서 매킬로이는 7번 아이언으로 세컨샷을 해서 온그린에 성공했다. 542야드를 드라이버와 7번 아이언, 단 두차례의 샷만으로 공략한 것이다.

 매킬로이는 올해들어 파 5홀을 파 4홀처럼 공략한다. 파 4에서는 주로 웨지를 사용하면서 버디를 쏟아낸다. 골프 역사상 어떤 선수도 매킬로이만큼 뛰어난 ‘드라이버’는 없었다.

 매킬로이와 함께 경기를 펼친 버바 왓슨(36·미국)만이 이날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33.6야드(305m)로 매킬로이보다 멀리 나갔는데 정확도(57.14%)는 크게 떨어졌다. 이병옥 J골프 해설위원은 “기록상으론 왓슨이 앞서지만 실제로 매킬로이의 샷거리가 더 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매킬로이는 지난주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릿지스톤 인비테이셔널과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도 350야드(320m)에 육박하는 드라이버 샷으로 필드를 점령했다. 지난 7월 유러피언투어 스코티시오픈에서는 공을 무려 426야드(390m)를 날려보내기도 했다. 야구장 홈그라운드에서 펜스까지의 거리를 약 100m라고 가정하면 골프공을 때려서 이보다 3배 이상의 거리를 날려보낸 것이다.

 매킬로이의 대포알 같은 드라이버는 밸런스에서 나온다. 키 1m75cm에 몸무게 73kg의 평범한 체격이지만 완벽한 밸런스로 몸의 에너지를 충분히 공에 전달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천부적으로 밸런스가 좋았다. 2세 때 드라이버로 40야드(37m)를 날렸다고 한다. 이병옥 해설위원은 “최근 3.5kg 정도 근육량을 늘려서인지 하체가 견고하고 어떤 스윙에서도 완벽하게 중심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박원 J골프 해설위원도 “어떤 선수보다도 밸런스가 좋다. 스윙이 짧고 간결한데 피니시 동작까지 물 흐르듯 완벽하게 이어진다”고 했다. 에너지가 빠져나갈 틈이 없는 스윙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또 다른 장점은 공을 스윗 스팟(sweet spot)에 정확하게 맞추는 능력이다. 공이 얼마나 빨리 날아가는지를 측정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골프계에선 스매시 팩터(볼 스피드를 헤드 스피드로 나눈값)란 지표를 활용한다. 매킬로이의 스매시 팩터는 1.52다. PGA 투어 평균은 1.49다. 매킬로이는 헤드 스피드가 약 시속 197㎞, 볼 스피드는 시속 300㎞ 정도다. 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헤드 스피드는 시속 180㎞, 볼 스피드는 평균 시속 269㎞정도다. 그만큼 공에 힘을 충분히 전달해서 빨리 날아간다는 뜻이다.

 두 선수의 전성기 기량을 비교하면 매킬로이의 샷이 우즈의 샷보다 훨씬 정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즈도 무시무시한 장타를 때렸지만 드라이버가 정교하지 못했다. 대신 러프에서, 그린 근처에서, 클러치 퍼트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반면 매킬로이는 길고도 정교한 드라이버가 빛난다. 아이언샷 역시 마찬가지다. 퍼트 스트로크도 정확한 편이다. 이병옥 위원은 “그림으로 치면 매킬로이는 뛰어난 정물화, 타이거는 피카소의 추상화 같다”고 말했다.

 미국 CBS의 해설위원 닉 팔도는 “매킬로이는 매머드 같은 엄청난 거리의 드라이버와 단도로 찌르는 듯한 정교한 아이언, 그리고 자로잰듯 한 퍼트로 필드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삶의 밸런스를 맞춘 것도 매킬로이의 상승 이유다. 그는 테니스 스타 캐롤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와 지난 5월 파혼한 뒤 밸런스를 회복한 듯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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