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상처에 소금 뿌리는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행

중앙일보

입력 2014.08.09 00:02

지면보기

종합 26면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25일째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 대해 “제대로 단식을 했으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을까… 벌써 실려 갔어야 되는 거 아냐”라고 수군거리는 장면이 그제 한 인터넷 매체에 포착됐다. 그는 “같은 의사 출신인 동료 의원에게 의견을 물어본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정말 단식으로 죽어 나가야 하는가”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의사인 안 의원 입장에서는 실제로 궁금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정치인에게는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바로 하루 전 여야 원내대표가 힘겹게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했는데, 왜 이런 쓸데없는 말로 유가족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가.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보기에도 유가족을 비아냥대는 듯한 불쾌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7·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자신감과 오만함 탓인지 새누리당 일부 의원의 막말이 도를 넘었다. 단식 중인 유가족을 “노숙자 같다”고 한 의원도 있다. 참패를 반성해야 할 야당 의원들의 생각 없는 처신도 꼴불견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더 이상 유권자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며칠 전엔 국회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 11명이 28사단에 가서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는 단체 기념사진을 찍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참혹하게 숨진 윤 일병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다음 날엔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이 논산훈련소에서 “좋은 시점에 군대에 입대했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자식을 훈련소에 보낸 부모들 앞에서 할 소린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식의 막말과 가벼운 처신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골방에서도 삼가야 할 언행이다. 정치권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에 이바지할 것이란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더 이상 쓸데없는 분란만이라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권을 걱정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 선거가 없는 앞으로 20개월 동안 얼마나 더 많은 정치권의 한심한 언행을 지켜봐야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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