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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기 말만 하는 한인단체 사람들

미주중앙

입력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취재를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제 각각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특히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하는 쟁점 이슈일수록 원하는 이야기를 듣기가 힘들다.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부풀려 자랑하는 사람도 있고 무조건 자기 주장이 맞다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최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LA한인회관 관리재단 위임장 문제만 해도 그렇다. 조갑제 이사의 위임장 진위 논란을 놓고 결국 소송 전을 벌이게 됐다. 위임장 진위 여부를 놓고 분란이 일어나면서 관련 인사들은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고 누군가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진실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듣는 이야기는 같은 이야기라고 해도 그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자기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상대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의 수필가 올리버 웬들 홈스는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특권이다(It is the province of knowledge to speak and it is the privilege of wisdom to listen)'라고 말한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진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그것에 맞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일상 생활 속 소통을 예로 들어보자. 아버지가 뜬금없이 요즘 생활에 힘든 게 없느냐고 묻는다. 평소 소통도 없었는데 갑자기 이 말을 듣고서 "예, 사실은…" 하면서 깊은 속 이야기를 하는 자식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직장에서의 상사와 부하 직원, 학교에서의 교사와 학생의 대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대의 진실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귀로만이 아닌 마음과 머리로 들을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선입견은 내려놓고 넘겨 짚어 예단하거나 말하는 것을 중도에 자르지도 말아야 한다. 그리고 진실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었는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평소 상대방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이야기를 시작하지는 않는지,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앞뒤 생각없이 마구 쏟아내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아무리 주옥같은 이야기도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한낱 소음일 뿐이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현재 상황은 물론 상대에 대해 끊임없이 맞춰가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진정한 소통은 그때서야 시작이 된다.

우리 모두 진실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세부터 갖추자.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어머니의 말을 들을 때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한인사회 단체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처럼…. 나만의 꿈인지는 모르지만 한인사회 단체 관계자들이 모두 이런 마음을 가진다면 소송과 분규는 사라질 것이다.

이수정/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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