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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넘치고 돈 몰리고 … 최경환의 꿈, 일본·중국선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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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도쿄의 긴자(銀座) 등에서 음식점 체인인 ‘코라보’ 4곳을 운영하는 임화선 사장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할 수 없어서다. 시급을 18% 올려 1000엔(약 1만19원)으로 내걸었지만 문의 전화도 오질 않는다. 경기 회복으로 일손이 부족한 업체들이 저마다 좋은 조건을 내걸고 인력 쟁탈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사장은 “굳이 모집공고를 내지 않아도 ‘일하고 싶다’는 전화가 쇄도하던 1~2년 전과는 상황이 180도 변했다”고 말했다.

 민생 안정이라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꿈이 이미 이웃 일본에선 현실화하고 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아베노믹스가 낳은 결과다. 일자리가 넘쳐나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고, 소니 등 고전하던 기업의 실적도 좋아졌다. 이런 선순환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표출된 ‘민생 우선’의 민심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기대를 실적으로 입증해야 할 최경환 경제팀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있다.

 일본의 6월 고용시장에선 구인이 구직보다 10% 많았다. 1992년 이후 최고로 높은 수치다. 인력 쟁탈전은 일자리의 질도 높였다. 직원 이탈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쿄 스카이트리에 있는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매장 점원인 쓰쿠다 가오루(佃薰·33)는 지난 6월 아르바이트 10년 만에 정사원이 됐다. 유니클로는 비정규직의 60%인 1만6000명을 정사원으로 전환하고 있다. “눈앞의 인건비 상승보다 멀리 보고 정사원을 늘리겠다”는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은행인 미쓰비시도쿄UFJ는 1만여 명의 계약직 직원의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 일본 국회의 협력이 아베노믹스의 중추”라며 “특히 지난해 일본 국회의원들은 정기국회를 ‘성장전략 실현 국회’라고 이름 붙이고 경제 법안의 신속 통과에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내수 중심의 경제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단번에 고꾸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내륙 지역은 여전히 고성장 중이다. 31일 KOTRA에 따르면 쓰촨성의 상반기 성장률은 8.5%로 중국 평균(7.4%)을 웃돌았다. KOTRA 청두무역관은 “무엇보다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며 “소비(상반기 13% 증가)가 늘면서 교육·의료·교통·통신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커지는 중국의 내수 시장은 한국의 자금까지 빨아들이고 있다. 상반기 한국의 중국 투자는 28억 달러였다. 지난해 1년치 대중(對中) 투자에 육박하는 돈이 반년 만에 중국으로 몰려간 것이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상당수가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의 2분기 실적은 중국 제품의 추격과 환율로 인해 기대 이하였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1조원이 넘는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를 냈다. 투자 유치도 더디다. 한국에선 의료 민영화 논란으로 의료산업 활성화가 지지부진하지만 중국은 7개 도시에서 외국 자본이 단독으로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난제를 뚫고 갈 돌파구는 결국 최경환 경제팀의 의지와 추진력”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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