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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기준 낮추는 여당 … "현 9석 중 8석 건지면 대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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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누리당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28일 오전 경기도 평택을에 출마한 유의동 후보선거사무실에서 열렸다. 김무성 대표와 당 지도부가 빨간색 모자와 흰색 선거운동복을 입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을동·김태호 최고위원, 유 후보, 김 대표, 이인제 최고위원, 윤상현 사무총장, 원유철 의원. [뉴스1]

28일 경기도 평택의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김무성 대표가 흰색 셔츠, 흰색 반바지 차림에 빨간 운동화와 빨간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양복과 넥타이를 벗어 던졌다. 당 지도부 모두 같은 차림이었다. 일부 의원은 “머리가 커서 모자가 안 맞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광고인 출신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의 ‘작품’이었다. 조 본부장은 이날 평택으로 가 당 지도부에 선거운동복을 입혔다. 7·30 재·보선을 이틀 앞둔 이날 유병언 시신 발견과 야권 단일화로 선거 막판 여론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민에게 좀 더 친근하게 비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김 대표는 평택 회의에서 자신의 복장을 가리키며 “새누리당이 이렇게 변화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 여러분이 잘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내 복장 괜찮나. 머리털 나고 이런 복장은 처음”이라며 “그만큼 유의동 후보 당선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 절박하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지역일꾼론’을 부각했다. “지역을 발전시킬 민생후보를 뽑을 것인가, 아니면 야합과 구태로 얼룩진 정쟁꾼 후보를 뽑을 것인가가 이번 선거의 핵심 포인트”라면서다. 그러곤 “민생경제를 활성화시킬 기호 1번 새누리당을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평택에서 회의를 한 뒤 서울 동작을을 찾았다. 당초 평택을 거쳐 수원으로 가려 했지만 일정을 급히 변경해 동작을로 돌렸다. 그만큼 이곳의 승부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치열하단 뜻이다.

 ‘나경원 지키기’를 위해 달려간 동작에서 김 대표는 “서민들께서 먹고사는 데 큰 걱정 없고 자식을 키우면서 미래에 대해 조그만 희망 가지고 살 수 있는 국가 를 만드는 것이 정치 잘하는 거 아닌가”라며 “야권의 나눠먹기식 연대를 표로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선거 마지막 판세를 묻는 질문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몇 군데서 승리하면 이겼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어려운 분위기인 만큼 15군데 중 수도권 3곳 정도를 포함해 과반인 8석을 얻으면 승리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선거 중반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갈등 등으로 분위기가 호전됐을 땐 “9석 이상도 가능하다”고 하던 것보다 기대치를 낮췄다. 재·보선 지역 15곳 중 원래 새누리당 의석은 9곳이었다. 승리로 보는 의석 수를 의식적으로 낮추고 있는 셈이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승리로 보는 의석 수도 다소 차이가 있다. 한 친박계 중진은 “새누리당이 원래 갖고 있던 의석인 9석 이상이라야 승리”라고 말했다. 반면 비박계 4선인 정병국 의원은 “정부의 인사 참사와 최근의 유병언 시신 발견, 야권 연대 등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7석만 얻어도 선방”이라며 “8석 이상이면 큰 승리”라고 주장했다.

 선거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김 대표 측은 “일단 탕평인사를 통해 혁신 의지를 보인 뒤 차근차근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재·보선 승리하더라도 안주하지 말고 김 대표는 혁신 드라이브를 더욱 강하게 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친박계 중진 의원은 “재·보선에 승리할수록 김 대표는 로키(낮은 자세)로 청와대, 정부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전당대회에서 큰 표차로 승리한 만큼 선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김 대표를 흔들려는 움직임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새누리당이 승리한다면 선거 기간 혁신하려는 모습을 국민이 높이 산 것인 만큼 김 대표는 이런 여론을 잘 감안해 당·청 관계를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영·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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