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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스시로 국제여론 뒤집기 … '재팬하우스' 띄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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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5일부터 중남미를 순방 중인 아베 총리(오른쪽)가 27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서 캄라 퍼사드비세사 총리와 만났다. [포트오브스페인 로이터=뉴스1]

일본 정부가 한국·중국의 ‘반일 캠페인’에 맞서기 위한 해외 첨병인 ‘재팬하우스’ 설립에 나섰다. 한·중이 국제사회에서 역사·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일본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한 반격 차원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8일 “일본 정부가 한·중에 맞서고 일본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세계 주요 도시에 일본의 홍보전략 거점시설인 ‘재팬하우스’를 세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먼저 영국 런던에 최초 거점을 마련하기로 하고 이미 부지 매입 등의 절차에 착수한 상태”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런던에 이어 향후 수년 간에 걸쳐 미국 뉴욕과 유럽·동남아 국가의 주요 도시에 ‘재팬하우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 외무성은 다음 달 중 확정할 2015년도(2015년 4월~2016년 3월) 예산에 ‘재팬하우스’ 건설비를 포함한 대외정보 발신사업 명목으로 약 500억 엔(약 5000억원)을 책정키로 했다. 신문은 “새로운 홍보거점인 ‘재팬하우스’에는 일본의 만화·게임·애니메이션·요리 등을 소개하고 체험토록 하는 기능도 추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이 재외공관 내 홍보문화센터, 국제교류기금이 운영하는 일본문화센터 등 기존 홍보창구로 활용하던 곳과는 별개로 ‘재팬하우스’를 만들기로 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후의 상황이었다.

 세계적으로 73개국의 중국 대사들이 현지 매체에 기고문를 싣거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은 도무지 역사를 반성할 줄 모르는 나라”라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향도 상당했다. 일본 정부는 부랴부랴 현지 공관을 통해 반론을 제기했지만 이미 기선을 제압당했다는 게 지배적 평가였다.

 이런 반성 아래 지난 3월 집권 여당인 자민당 안에 ‘외교재생전략회의’가 만들어졌다. 전략회의는 먼저 한국과 중국이 국제사회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떤 논리로 어떤 공세를 취하고 있는지를 정밀분석했다. 미국 내에서의 한·중 의원외교, 시민운동, 로비스트 활용현황까지 샅샅이 훑었다고 한다. 3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외교재생전략회의’의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자민당 부총재) 의장은 아베 총리에게 “영토 문제나 역사인식에 있어 일본의 입장과 생각을 국제사회에 보다 광범위하게 침투시키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재외공관을 이용하는 형태가 아닌 정부 전체의 정책 홍보를 총괄하는 새로운 해외 거점을 세우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일본 정치권의 고위 소식통은 28일 “‘재팬하우스’ 신설은 아베 총리의 재계 최측근 인사인 우시오 지로(牛尾治郞·83) 우시오전기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후원회장이기도 한 우시오 회장은 이미 지난해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 직후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아카데메이아’란 우익 싱크탱크를 통해 “런런·뉴욕 등의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우수한 홍보 담당자들을 장기적으로 배치해 역사 문제 홍보 등에서 한국·중국에 뒤처져 있는 현상을 뒤집어야 한다”는 제언을 전달했다고 한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재팬하우스’ 신설은 향후 일본의 대외 홍보전략이 소극적 방어에서 적극적 공격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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