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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외환시장 손 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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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 위안화 값이 28일 달러당 6.18위안 선까지 올랐다. 장중 한때 6.16위안 선에 이르기도 했다. 위안화 값이 23일 이후 나흘째(거래일 기준) 6.2위안 선을 넘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위안화 값의 6.2위안 선 돌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보인다”며 “‘시진핑(習近平) 환율 고정(Fixing)’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시진핑 환율 고정은 위안화 값이 6.2위안 선을 넘어 상승하지 못하도록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외부 충격 차단이나 경기 부양을 위해 환율을 고정하곤 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부터 거의 1년 반 이상 달러당 6.8위안 선에서 묶은 게 대표적인 예다. 아시아 금융위기 때인 1997년에는 환투기 세력의 공격에도 달러당 8.2위안 선을 사수했다.

 이번 환율 고정은 경기 부양을 위해서다. 기간도 길지 않았다. 시진핑은 올 1월 중순 위안화 값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중국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 위안화 값 하락이 탄력을 받았다. 위안화 값은 3월 중순 6.2위안 선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넉 달 동안 달러당 6.2위안 선을 넘어 상승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시진핑은 환율 고정으로 또 다른 목적도 겨냥했다. 중국 기업들의 환투기 억제다. 중국 기업들은 달러 자금을 끌어다 상하이 자금시장에서 머니게임을 벌였다(달러캐리). 금리 차이와 환차익을 노린 게임이다.

 최근 비즈니스위크는 “중국 기업의 달러캐리가 그림자금융의 젖줄이었다”며 “시진핑은 위안화 값 고정을 통해 자국 기업들의 머니게임 열풍을 진정시키려 했다”고 보도했다.

 일단 시진핑은 환율 고정으로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는 분명히 봤다는 평가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이 7.5%에 이르렀다. 예상치 7.4%보다 높고 연간 성장 목표와 같은 수준이다.

 로이터는 “시진핑이 정책적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해서인지 위안화 값 상승을 억제한 고삐를 풀어 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라고 전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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