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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인터뷰] 눈웃음 접고 해적 칼춤 … 당당하게, 부드럽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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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 손예진이 연기한 해적 여월은 악랄한 해적 두목 소마(이경영)를 쫓아낸 뒤 1인자가 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8월 6일 개봉, 이석훈 감독)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조선 건국 초기 명나라 황제가 하사한 국새를 삼켜버린 고래를 잡기 위해 해적은 물론 산적까지 망망대해로 나간다는 내용이다.

 TV 드라마 ‘추노’(2010, KBS2)의 천성일 작가가 조선 초 10년간 국새가 없었던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영화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액션과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웠다. 액션의 중심에는 배우 손예진(32)이 있다. 그는 카리스마 있는 해적 두목 여월 역을 맡아 첫 액션연기에 도전했다.

손예진은 ‘델마와 루이스’ 같은 여성영화를 찍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는 “친한 효진 언니(공효진)와 그런 영화를 함께 찍자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 액션 연기에 도전한 이유는.

 “여자 액션물이 드문데다, 더 나이 들면 그나마도 기회가 없어질 것 같았다. 몸이 더 굳기 전에 해보고 싶었다. 여자 해적 캐릭터도 매력적이었다. 그간 여성성 짙은 연기를 해오다가, 가만히 있어도 당당함이 느껴지는 해적 두목을 연기하려니 쉽지 않았다. 내 트레이드 마크인 눈웃음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여월은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과 동료애가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2006)의 키이라 나이틀리를 외형적으로만 참고했다.”

 - 여월은 여장부 캐릭터인데, 실제로도 그런 면이 있나.

 “여성스럽고 간지러운 대사보다 털털한 대사를 하는 게 더 편하다. 영화 ‘작업의 정석’(2005)에서 보여준 것처럼 짓궂고 웃음이 많다. 여성스럽거나 조신하진 않다.”

 - 감정 연기에 대한 부담은 덜했겠다.

 “감정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영화가 아니어서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촬영 환경은 좋지 않았다. 거대한 배 위에서 주로 촬영했는데, 한겨울이어서 얼굴이 얼어 있었다. 많은 사람이 등장하고 액션신이 많아 정신없는 상태에서 연기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연기나 대사의 디테일을 놓치기도 했다.”

 제작진은 경기도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32m 길이의 대형 선박 두 척을 만들어 바다 배경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합성하는 식으로 해양신을 촬영했다. 실감나는 효과를 위해 ‘짐벌’이란 장치로 배를 상하좌우로 흔들고, 강풍기를 틀어놓아 배우들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 와이어 액션은 남자 배우들도 부담스러워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몸을 던진 순간이 많았다. 와이어 매달고 수직으로 하강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를 악물고 안 무서운 척하며 내려갔다. 촬영 막바지가 되니까, 이렇게 하면 더 멋있게 나오겠다는 감(感)이 조금씩 생겼다. 액션영화 제의가 들어오면 또 하고 싶다.”

 -드라마 ‘상어’(2013, KBS2)에 이어 또 다시 김남길과 호흡을 맞췄다.

 “김남길은 영화 속 산적 두목 장사정처럼 유쾌하고 허당끼가 많다. 그래서 연기하기 편했다. 드라마에선 아련하고 처절한 멜로 라인을 보여줬지만, 이 영화에선 유쾌한 여운을 남기는 관계를 보여준다. 요즘 말로 ‘썸 탄다’고 할까.”

 - 늘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나.

 “같은 걸 반복하는 게 너무 싫다. 그래서 최대한 다른 캐릭터, 다른 상황에 놓이는 영화를 택한다. 재난영화 ‘타워’(2012)에 이어 스릴러 ‘공범’(2013)을 찍은 뒤 코믹한 이 영화를 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거친 남자영화가 양산되는 트렌드 탓에 미스터리·스릴러 등 자극적인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와 속상하다. 따뜻한 휴먼드라마를 하고 싶다.”

 정현목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황영미 영화평론가): 시원한 액션과 코믹요소로 승부한다. 배가 산으로 가는 구성만 눈감아준다면, 흥미진진한 오락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의 요구에 충분히 답한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잡탕 코미디도 좋고, 역사에 대한 멋대로 해석도 용납할 수 있다. 하지만 인물들의 일관성이 부족해 순간의 개그를 보는 것 외에 매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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