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부정' 월드컴 재기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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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미국 2위의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이 재기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90억달러(약 11조원)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분식회계가 적발돼 도산한 지 9개월만이다.

월드컴은 14일(현지 시간) 3백60억달러(약 44조원)규모의 빚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채권자 90% 이상의 찬성을 받아 뉴욕 파산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현재 4백억달러 이상인 부채규모가 35억~45억달러로 대폭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월드컴의 부채규모는 업계 1위인 AT&T(2백30억달러)나 3위인 스프린트(2백10억달러)에 비해 훨씬 적어진다. 이 회사는 이르면 오는 9월 법정관리에서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드컴의 마이클 카펠라스 회장은 이날 5만5천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방송 연설에서 "지난 1월 초에 시작한 1백일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이제 재기를 위한 3개년 계획의 개시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3개년 계획에 따르면 월드컴은 올해 2백47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2004년과 2005년에도 각각 4.5%와 7%의 성장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드컴은 또 회계부정을 떠오르게 하는 회사 이름을 바꾸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 회사는 1998년 인수한 장거리전화 사업부인 MCI를 전체 회사 이름으로 쓰기로 잠정 결정했다.

월드컴은 또 본사를 미시시피주 클린턴에서 워싱턴 근교의 버지니아주 애시번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곳에는 현재 MCI사업부가 소재하고 있다.

이밖에 카펠라스 회장은 새로운 최고 재무책임자(CFO)에 로버트 브레이클리를 임명하는 등 경영진을 일부 개편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월드컴의 경쟁력이 크게 좋아져 경쟁사들이 위협을 느끼게 됐다고 보도했다. 빚 부담이 줄어든 월드컴이 앞으로 장거리 전화요금을 크게 떨어뜨려 '가격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월드컴은 일단 가격 인하보다는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월드컴은 구조조정으로 재무상태와 이미지가 좋아지면 떠나갔던 고객들이 되돌아오고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월드컴이 법정관리에도 불구하고 업계 2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등 영업력이 탄탄했기 때문에 재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월드컴은 어떤 회사=83년 미시시피주에서 조그만 지역통신업자로 출발한 월드컴은 이후 70회에 걸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크게 불렸다. 그러나 지난해 분식회계가 들통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자금줄도 끊기자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신청 당시 자산 규모는 1천40억달러로 미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도산을 기록했다.

창업자인 버나드 에버스 전 회장 등 당시 경영진들은 분식회계의 주범으로 지목돼 검찰에 고발됐으며 3만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정확한 분식회계 규모는 아직도 조사 중이다.

초대형 컴퓨터 업체인 컴팩의 회장 출신인 카펠라스는 지난해 12월 이 회사에 회장으로 영입돼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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