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경찰이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와 그의 도피를 돕던 여성 경호원 박수경(34)씨를 검거하던 당시 대상자가 대균씨인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5일 오후 7시쯤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의 한 오피스텔에 숨어 있던 대균씨와 박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오피스텔 문이 열리기 전까지 안에 대균씨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검거하려고 했던 사람은 박씨”라며 “박씨를 잡으면 대균씨의 행적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리실에서도 ‘전기·수도 사용량을 보면 한 사람이 쓴 것 같다’고 해서 두 사람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만약 대균씨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경찰력을 더 투입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관 8명이 투입됐다. 공개된 오피스텔 내부 폐쇄회로TV(CCTV) 동영상을 보면 경찰관들이 긴장감 없는 분위기 속에 서 있다 박씨가 두 팔을 들고 나오자 그제야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이 나온다.
경찰은 2주 전 이 오피스텔이 도피 조력자의 은신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했으나 이 사실을 검찰에 알리지 않았다. 유 회장 검거와 시신 확인 과정에서 드러났던 검경의 공조 부재가 대균씨 검거까지 이어진 것이다. 검찰은 대균씨 은신처까지 동행했던 운전기사 고모(38·구속)씨를 지난달 23일 체포하고도 대균씨의 은신처를 알아내지 못했다.
한편 유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조사팀은 27일 청해진해운과 계열사들로부터 컨설팅 등 명목으로 거액을 받는 등 9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대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균씨는 청해진해운에서만 35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대균씨와 함께 검거된 박수경씨와 은신처를 제공한 하모(35·여)씨에 대해서도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은 대균씨 등을 불러 횡령·배임 등 주요 혐의와 도피경로 등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검찰은 조사가 진행되면 대균씨가 챙긴 금액이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대균씨가 돈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대균씨를 상대로 유 회장이 세월호 침몰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세월호 구조변경·과적 지시 등 유 회장의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유 회장 일가에 침몰에 따른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에 체류 중인 동생 혁기(42)씨, 유 회장 핵심 측근인 김혜경(52·여) 전 한국제약 대표 등과 연락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인천=최모란·노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