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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균, 은신 3개월 동안 주로 만두 먹고 지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오후 9시14분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의 아들 대균(44)씨는 침통한 표정이었다. 검은색 셔츠를 입은 그는 수배전단에 인쇄된 사진과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100㎏이 넘는 덩치에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였다. 취재진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힘이 빠진 듯한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눈은 충혈돼 있었다.

 -아버지 사망 사실을 아셨나요.

 “조금 전에 들었습니다.” (※호송차 안에서 경찰이 전한 소식을 듣고 오열함.)

 -심정이 어떠십니까.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자식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해외에 있는 가족 과 연락한 적 있나요.

 (고개를 저으며) “….”

 대균씨는 이날 오후 7시쯤 경기도 용인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곧바로 인천 광역수사대로 이송됐다. 여성경호원 박수경(34)씨도 체포돼 광역수사대로 들어왔지만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대균씨 등은 오후 9시31분쯤 인천지검으로 옮겨졌다.

 -석 달간 도피행각이 끝났는데.

 “아버님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 회장이 전남 순천 매실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대균씨는 경기도 용인의 한 오피스텔(20㎡·6평)에 은신해 있었다. 25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TV 생중계를 통해 유 회장의 시신 사진까지 공개해 가며 부검 결과를 설명할 때도 그는 오피스텔에서 숨죽인 채 숨어 있었다. 대균씨는 이날 오후 7시쯤 급습한 경찰에 체포됐다. 아버지 사망 사실도 모른 채 3개월 넘게 이어졌던 도피생활이 그렇게 마감됐다. 그는 어머니 권윤자(71)씨의 체포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25일 경찰에 검거된 유병언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가 도피 조력자 박수경씨와 함께 머물렀던 경기도 용인의 한 오피스텔 외부 모습. [뉴스1]

 경찰은 지난 22일부터 대균씨가 은신해 있는 오피스텔을 파악하고 집중수사에 들어갔다.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 회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직후다. 해당 오피스텔은 대균씨의 도피를 도운 하모(40)씨의 여동생(35)이 지난 2월 임대해 사용하던 곳이었다.

경찰은 여동생 하씨가 4월 21일 이후 사용하지 않았다는 오피스텔에서 수도·전기 계량기가 계속 돌아간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나흘간 잠복근무를 하던 경찰은 이날 오후 5시쯤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인천 광역수사대 수사관 9명이 투입됐다. 먼저 자택에 있던 여동생 하씨를 검거한 경찰은 오피스텔 문을 열라고 독촉했지만 하씨가 열지 않고 버텼다. 경찰은 열쇠수리업자를 불러 문을 강제로 열게 했다. 경찰은 소방 사다리차를 동원하는 등 2시간가량 실랑이 한 끝에 대균씨가 문을 열고 나오자 그를 체포했다.

 오피스텔에선 5만원권 현금 1500만원과 3600유로(약 500만원)가 발견됐다. 냉장고엔 음식이 가득 차 있었다. 경찰은 노트북 한 대와 휴대전화 한 대도 압수했다. 경찰은 대균씨가 외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피스텔엔 TV도 없었다. 하씨 여동생은 검찰 조사에서 "주로 만두를 먹었고 내가 근처 마트에서 사다줬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균씨는 3개월 가까이 외부 출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 오피스텔 관리인은 “6월 초 검은색 외제차 에 뚱뚱한 남자가 타고 있는 걸 봤다”며 “지금 보니 대균씨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은 여자가 했고 대균씨는 의자를 뒤로 젖힌 채 편하게 앉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층 20대 주민도 “엘리베이터에 몸집이 엄청 큰 사람이 타는 걸 봤다” 고 말했다. 경찰 설명과 달리 대균씨가 종종 바깥출입을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천=최모란 기자, 용인=임명수·이서준 기자
[사진=뉴스1·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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