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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고향서 식재료 공수해 만든 전통요리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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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 있는 우즈벡 전문 음식 레스토랑 주방장 셰랄리 무사예프가 자신의 손으로 손수 만든 우즈벡 전통 빵 레표시카를 담은 접시를 들고 있다. [블라디미르 스타헤에브]

그 식당의 요리사들이 일하는 모습은 쇼의 일부 같다. 주방과 레스토랑 홀 사이에 벽이 없는 개방형이라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 한 요리사는 스토브에 프라이팬을 올려놓고 불꽃을 천장까지 치솟게 한다. 다른 요리사는 마술을 부리듯 필라프 볶음밥을 만든다. 다른 이는 납작한 반죽으로 레표시카를 만들어 2m짜리 손잡이가 달린 특수 집게로 탄디르(진흙으로 만든 우즈벡식 오븐) 윗벽에 붙인다.

이 모든 것은 셰랄리 무사예프가 요즘 즐기는 삶의 일부다. 그는 우즈벡인이지만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타지키스탄에서 태어나 키르기스스탄에서 요리학교를 졸업했고 카자흐스탄에서 군복무를 마친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시켄트로 건너갔다. 이렇게 해서 셰랄리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거의 모든 옛 소련 지역에서 살았다. 그러다 2008년 모스크바로 왔다. 베테랑 요리사였지만 정육 일부터 시작했다. 몇 개월 뒤 요리사, 이어 주방장이 됐다.

셰랄리 무사예프는 우즈벡 음식 전문 레스토랑 주방에서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셰랄리는 1990년대에 모스크바로 오려 했지만 못했다. 셰랄리는 두 딸과 열여섯 살 난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딸들은 시집을 갔다. 그는 먼저 모스크바에 정착해 근교에 집을 지으면 가족이 이사하기로 했다. 셰랄리는 “1년뒤쯤 가족이 이사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왜 이민을 갈까요? 나이 40이 넘으면 답은 복잡하죠. 나는 러시아 학교를 다녔어요. 러시아어가 모국어예요. 친구들도 대부분 유럽 계통이예요. 그 중에도 모스크바로 온 친구도 많아요”라고 말한다. 셰랄리는 모스크바에서 폭넓게 어울리며 지낸다. 대개 어린 시절 친구들과 군대 동료다. 축일이면 회교사원을 간다. 모스크바에는 모스크가 많아 러시아 도시에 무슬림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한다.

셰랄리가 모스크바에 뿌리를 내리게 도와준 요리 경력은 극적으로 시작됐다. 여섯 살 때 셰랄리는 소련 시절 인기 있던 ‘수탉’ 사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막대 끝에 수탉 모양으로 설탕을 녹여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스토브에서 이걸 만들려다 아파트를 다 태워버릴 뻔했다. 불이 나 소방차가 출동했는데 기적처럼 살아남은뒤 요리사가 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모스크바에선 거의 모든 민족의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우즈벡 음식이 단연 인기다. 영양 만점의 볶음밥 필라프, 삼사, 슈르파, 라그만, 샤슬릭, 레표시카 빵 등. 모스크바 시내의 우크벡 레스토랑에 가면 이 모든 걸 맛볼 수 있다.

셰랄리가 레표시카를 구워내는 오븐도 우즈베키스탄에서 직접 가져왔다. 이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의 70%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들여온다. 그는 “당근을 예로 들면, 러시아 건 빨갛고 맛도 더 달지만 필라프 볶음밥엔 노란색에 단맛도 덜 나는 당근이 필요하지요. 그걸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져와요”라고 말한다. 필라프 볶음밥용 쌀도 마찬가지다.

탈소련 시대에 ‘가족의 모스크바 이송’ 계획은 민족마다‘디아스포라 대표 선수들’에 의해 멋지게 완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모스크바 교외에서 집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는 러시아식의 ‘혹시나’에 의지하고 온 가족이 한꺼번에 이주해 온다. 거주 지구에 조그만 아파트를 세내 살면서 운에 맡긴다. 셰랄리처럼 이주 노동자에서 주방장이 되기까지 쉬운 건 아니다.

러시아-우즈베키스탄의 관계가 오래 됐지만 모스크바 내 우즈벡 디아스포라는 소련 붕괴 이후에야 비로소 완전하게 형성됐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현재 모스크바 거주 우즈벡인은 3만5000여 명이다. 일반적 견해와 다르게 이들 모두 이주노동자로 불리며 모스크바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모스크바의 우즈벡인 중에는 요리사와 요식업자, 변호사들도 있다. 또 우주인 살리잔 샤라포프, 2012년 자료 기준 러시아의 최고 억만장자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도 우즈벡인이다. 우즈벡인은 모스크바에 올 때 모국어도 함께 들여오지만, 러시아어도 구사한다. 대부분 무슬림이다.

드미트리 로멘디크

◆디아스포라=‘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 특정 인종 집단이 자의든 타의든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즈벡 이주민 '셰랄리' 주방장
타지크 출생, 키르기스서 공부
군복무는 카자흐스탄서 마쳐
옛 소련 지역 살다 2008년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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