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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포르투갈 진출, 2억5000만 명 시장 잡는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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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아니발 카바쿠 실바 포르투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에너지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반구 내 최다 사용어는 13억 명이 쓰는 중국어. 그럼 남반구는 뭘까. 뜻밖에 포르투갈어다. 브라질·앙골라 등 2억5000만 명이 사용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규모다. 8개국으로 이뤄진 포르투갈어 사용권의 종주국 포르투갈. 이 나라 아니발 카바쿠 실바 대통령이 한국과의 교류 증진을 위해 방한했다. 실바 대통령은 20일 중앙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포르투갈에 진출하면 같은 언어를 쓰는 2억5000만 명의 거대시장이 열리는 셈”이라며 한국의 활발한 투자를 촉구했다. 조용했던 포르투갈이 최근 세계 언론의 초점이 된 적이 있다. 포르투갈 대형은행의 부도설이 퍼지면서 세계 증시가 요동친 탓이다. 경제학자 출신의 그는 “포르투갈 은행들은 결코 위험하지 않다”며 금융위기설을 일축했다.

마리아 카바쿠 실바 포르투갈 대통령 부인(오른쪽)이 21일 오전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을 찾아 정미숙 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경빈 기자]

 - 포르투갈 금융위기는.

 “포르투갈 은행들은 난관에 처한 적이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대형은행 방쿠이스피리투산투(BES)를 소유한 대기업이지 금융권이 아니다. 은행과 비금융권 기업은 구별돼야 한다. 게다가 이 은행의 금융자산은 모기업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한다. 주택시장에 거품도 없다. 따라서 금융권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이야기하는 것은 난센스다.”

 - 유럽연합(EU)의 양적완화는 적절한가.

 “유럽중앙은행(ECB)은 한 국가의 중앙은행과 같은 기능을 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RB), 한국의 한국은행과 같은 존재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디플레이션도 막아야 한다. 현재 EU는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고 유로화 강세를 막아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시장에 개입해 유동성을 공급할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 일본처럼 장기침체가 EU에서도 일어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니 유동성을 계속 공급해주는 게 ECB의 의무 아니겠는가.”

 실바 대통령은 리스본에서 대학 졸업 후 영국 요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다. 1980년 재무장관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 남유럽 PIGS(포르투갈·이탈리아 · 그리스 · 스페인) 국가들의 경제상황은 괜찮나.

 “이탈리아는 EU의 창립멤버다. 이 큰 나라가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더 이상의 추가지원이 없다는 걸 잘 안다. 포르투갈의 국민총생산(GNP) 대비 채무 비율은 4% 정도다. 과거엔 10%가 넘었다. 내년엔 2% 밑으로 떨어질 거다. EU 출범 초기엔 국가 간 경제정책 조율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젠 경제 파트너를 무시할 수 없다. 현재 포르투갈 수출의 70%가 EU로 간다. 22%를 옆 나라 스페인이 차지한다. 스페인에 불경기가 오면 어찌 되겠나. 이 때문에 EU 회원국들은 경제정책 조율에 큰 신경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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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한다.

 “EU는 5억 소비자로 무장한 강력한 경제공동체다. 6개국으로 시작해 28개국으로 늘었다. 구심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EU는 성공적인 프로젝트다. 50년간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줬다. 영국이 탈퇴하면 정치·경제적으로 약체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EU는 영국이 없더라도 세계 무대에서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거다.”

 - 우크라이나 항공기 사고에 대한 EU의 정책은.

 “일단 누가 했는지 첨단기술을 이용해 알아야 한다. 친러 반군 소행으로 밝혀지면 EU는 미국과 함께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러시아가 반군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근 300명이 죽었다. 국제사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누구의 책임인지 밝혀야 한다. 그러고는 범죄자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

 - 한·포르투갈 관계는.

 “양국 관계는 400여 년 전 포르투갈 선원들이 이 지역에 도달하면서 시작됐다. 그럼에도 서로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의 포르투갈에 진출하면 유럽 어디든 갈 수 있다. 포르투갈어 사용국 시장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23일부터 동티모르에서 ‘포르투갈어 사용국 공동체(CPLP)’ 회의가 열린다. 회의 가는 길에 한국만 들른다는 사실에 주목해 달라.”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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