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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까지 상세히 적힌 재력가 장부…A·B·C 표시 의미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앵커]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법조팀 서복현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서 기자, 검찰이 피살된 재력가 송모 씨의 장부 일부를 공개했군요? 보통 핵심 증거는 수사 중에는 공개를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검찰로서는 나름대로 강수를 둔 건데요.

당초, 검찰은 정모 검사가 3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장부에 적혀있다고 했다가 장부를 먼저 확보했던 경찰이 1천만 원이 넘는다고 한 뒤에 뒤늦게 1,780만 원이 기재됐다고 번복했는데요.

검찰은 장부 속의 글씨가 깨알같이 작았고 또 일부 내용이 수정액으로 지워졌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번 공개는 이런 것을 해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강했습니다.

[앵커]

서 기자가 직접 장부를 봤습니까?

[기자]

네, 공개라고는 하지만 형식만 보이고 글씨는 잘 보이지 않도록 먼 거리에서 장부 겉과 속을 보여줬고요, 촬영도 금지했습니다.

겉면은 이 흔히 쓰는 황토색 서류 봉튜와 비슷한 색이었고요.

판넬을 보면서 설명을 드리면요.

먼저 말씀드릴 것은 여기 적힌 내용은 장부 형식을 설명하기 위해 임의로 쓴 것이고요, 이 내용이 적힌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 한 줄 씩 썼습니다. 먼저 날짜를 쓰고요. 그 옆이 항목인데 위에는 금액, 그리고 바로 아래 용처를 썼습니다.

많은 것은 10개 가까이도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

금액은 1원 단위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고, 보통 아라비아 숫자를 썼지만 이렇게 한자로 '만'자를 쓰기도 했습니다.

용처는 사람 이름도 있었고, 목적과 장소가 있었습니다. 하루에 쓴 총 지출 금액을 정리하기도 했는데요.

수기로 썼던 만큼 장부 작성은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난 밤에 적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고란에는 특이 사항을 적기도 했는데요. 특정 약속을 기억하기 위해서 비고란에 별도로 적혀있는데 약속 뿐만이 아니라 다른 내용이 적혔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보여줬던 자료에는 약속만 적혀 있었습니다.

[앵커]

판넬에 A, B, C 알파벳이 적혀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검찰도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아마도 송씨만 알아볼 수 있도록 알파벳으로 표시한 것 같습니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포스트잇을 썼는데 제대로 붙어있었는지 검찰 확보 과정에서 떨어져나갔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깨알같이 썼다면 피살된 송씨가 상당히 꼼꼼한 성격임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장부에 올랐다는 인물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고요?

[기자]

지목된 인물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장부가 신빙성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수사할 예정입니다.

검찰은 이 장부가 송 씨의 인생 기록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수십년간 기록이 된 만큼 성실하게 작성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주인이 숨졌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검찰은 일단, 이 항목대로 지출이 됐다면 신빙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세금 납부라면 날짜와 금액이 실제 낸 것이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있겠지요.

또 돈이 건네졌다는 시기에 해당 인물을 실제 만났는지 동석한 사람이 있는지 추적한다면 장부의 신빙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앵커]

별지는 어떤 것인가요?

[기자]

말 그대로 별지는 이 장부와 별개로 작성됐습니다. 장부와는 따로 작성이 된 것인데요.

별지에는 주로 사람 이름과 금액이 적혀있고요. JTBC 취재 결과 용도까지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은 이 용도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어떤 용도들이 적혀 있는지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별지가 있다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가는데요.

[기자]

네, 검찰도 그 부분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별지에는 이름과 금액만 적혀있습니다. 장부가 지출기록부라면 이 별지는 로비 리스트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이 때문에 송 씨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인사들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를 해 놓고 수시로 봤을 수도 있고요.

또 일각에서 제기한 의혹처럼 청탁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이용할 목적으로 들고 다녔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별지를 제시하고 협박을 당한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검찰이 이 인물을 찾아낸다면 로비 리스트가 사실일 가능성이 더 커지는 거지요.

송 씨의 아들도 장부 자체를 훼손하기는 했지만 검찰에 제출하면서도 별지는 훼손하고 제출을 아예 안했습니다.

그런 만큼 의혹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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